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고 있다. 이달 LG파워콤과 다음달 엠게임이 각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앞두고 있을 뿐, 상장을 위한 심사조차 꺼리고 있다.
2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5개사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유가증권시장의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며 변경 상장한 것으로 실제 상장기업은 네 곳에 그쳤다. 이달 들어서 코스닥시장에는 에너지솔루션즈 1개사만 상장한 상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LG파워콤이 상장을 하고 연합과기가 다음달 초 상장이 예정돼 성적이 나은 편이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극명해진다. 지난해 10월에만 18개 기업, 11월 9개 기업이 상장했다. 기업들이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제값을 받고 상장하겠다는 전략으로 돌아선 탓이다. 증시 관계자들도 상장 감소현상에 대해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했다.
지난달 심사를 받고 증시에 상장한 기업 주가도 여지없이 반토막이 나는 상황이라 상장심사를 통과한 기업조차 상장을 유보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여기에 증권사의 수요예측 결과도 기업의 공모희망가와 큰 괴리를 보여 드래곤플라이, 티스퓨처 등이 기업공개를 포기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5개 기업은 코스닥 상장을 신청했다가 유예를 받은 후 기업공개를 아예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승준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올해 들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모두 주가가 급락하면서 제대로 기업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을 통과한 기업들의 반응은 먼저 맞은 매에 대해 아프지만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거치더라도 상장을 하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비유와상징이 바로 한 예. 이현수 비유와상징 재무책임플래너(CP)는 “그간 주가가 많이 하락해 재무 책임자로서 힘들었지만 상장을 통한 홍보효과와 회사의 향후 시장가치를 고려할 때 성공적인 상장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상장을 통해 브랜드가치가 올라 향후 능력있는 인재 확보와 기업가치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업신뢰도 확보에도 상장이 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조호현 KRX 상장심사팀 부장은 “일부 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상장을 통해 기업 신뢰도가 높아져 은행을 통한 자금 확보에도 여력이 생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내달 19일 상장을 예정한 엠게임 권이형 사장은 “상장을 통해 기업 이미지 향상은 물론 기업가치 상승에도 일조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저평가될 때 상장해 향후 더 큰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