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MC(대표 김경진)가 환율급등으로 인한 국내 유통사의 환차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원화로 전환했다.
한국EMC는 지난 95년 설립 이후 국내 유통사와 달러로 거래하는 방식을 고수해왔으나 이달 초부터 다음달까지 두 달간 한시적으로 원화결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EMC와 직접 제품 거래를 하는 1차 유통사(총판)는 고정된 원달러 환율에 따라 원화로 제품대금을 지불하면 된다. 고정환율은 월 단위로 결정되며, 11월 환율은 1290원대로 알려졌다.
그동안 달러 기준으로 신용장(L/C)을 개설한 이후 환율급등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환차손을 입어야했던 유통사로서는 보다 안정적인 사업 전개가 가능해졌다.
한편 한국EMC는 현 조치를 내년에도 연장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뉴스의눈>
한국EMC의 원화결제 도입은 한시적이긴 하지만 다국적기업이 국내 유통사의 환차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마련한 지원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본사로부터 달러로 제품을 들여와 국내 유통사에 원화로 판매하는 ‘바이앤셀(Buy & Sell)’ 방식을 운영해 온 HP·IBM·썬·후지쯔와 달리 EMC·시스코·HDS·넷앱 등 나머지 외국계 HW업체는 달러 결제를 고집해 하반기 환율급등 속에서 적잖은 비난에 시달렸다.
한국EMC 역시 최근 국내 주요 총판사를 중심으로 ‘환리스크를 유통사에게 떠넘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데다 총판사가 EMC 제품 유통 자체를 꺼리는 상황으로까지 번지자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환차손을 떠안는 결단을 내렸다. 11월 중순 본사 부회장이 방한했을 때도 이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유통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A사 관계자는 “환차손 때문에 프로젝트를 수주하고도 손실을 걱정해야 했는데 원화로 결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한 숨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EMC의 이번 조치가 다른 업체로 파급될지도 관심사다. 현재 한국넷앱이 유통사의 환차손 부담을 덜기 위해 보상프로그램을 마련중이나 원화결제는 아직 본사와 협의중이다. 시스코코리아는 추가 할인 및 결제방식 다양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