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업계 `인력 빼가기` 몸살

LED업계 `인력 빼가기` 몸살

 발광다이오드(LED) 칩 업체 A사에서 일하던 연구원 두 명은 최근 비교적 신생 업체인 B사로 자리를 옮겼다. 둘 다 LED 제조 핵심장비인 ‘유기금속화학기상증착기(MOCVD)’를 다루던 인력들이다. A사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장비를 능숙하게 가동할 인력을 찾기 어려운 탓이다. 새 연구원을 데려온다 해도 자사 규격에 맞는 칩을 생산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남은 연구진과 부랴부랴 대책을 수립했지만 한동안 생산 차질이 불가피했다.

LED 업계가 무분별한 ‘사람 빼가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연구진의 기술과 경험축적이 필수인 MOCVD 공정에서, 애써 키운 인력들을 하루아침에 경쟁사에 뺏기는 일이 허다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ED 업체들의 MOCVD 도입 증가로 관련 인력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타 업체로부터 연구원을 빼가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특히 막 사업을 시작한 신생 업체일수록 기존 업체로부터 다수의 숙련공들을 영입했다. 회사 성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다. 그러나 잦은 인력 이동은 업체들의 생산성을 저하시켜 산업 전반의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LED 사업을 시작한 C사는 기존 업체 두 곳에서 MOCVD 관련 인력을 다수 영입했다. 대학서 원구진을 충원하자니 공급도 많지 않을 뿐더러 실제 생산 경험도 전무해 당장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C사는 경험이 풍부한 연구원들을 현장에 즉시 투입,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게 됐다. 인재를 빼앗긴 기존 업체와 한동안 냉전을 겪었다.

MOCVD는 LED 기초소재인 사파이어 기판에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을 입히는 장비다. 생산성은 물론 휘도 및 품질 균일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MOCVD의 경우 똑같은 장비를 가동해도 기술진 노하우에 따라 LED 성능 및 수율이 제각각이다. 사파이어 기판에 성장시키는 화학소재들의 비율인 이른바 ‘레시피’(조리법)는 같은 회사 연구원들끼리도 완전히 공유하지 않을 만큼 극비다. 경쟁사에 인력을 뺏기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MOCVD는 아날로그적인 성격이 강해 연구원의 그 날 컨디션에 따라 수율이 천차만별”이라며 “다른 제조업 연구진의 인력 이동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산에 중대한 차질을 빚는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최근 칩 공정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했지만 대학을 통한 인력 조달은 제자리 걸음이다. 대학 내 관련 연구를 수행중인 곳은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경북대·전북대 등 극소수 대학만 화합물 반도체 인력을 육성한다. 그나마 이들 학교가 배출하는 해당 분야 석·박사급 연구원도 다 합쳐봐야 1년에 20명 안팎이다. 상당수는 학교에 남아 연구를 계속하거나 다른 산업군에 영입된다. 실제 LED 산업현장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인력은 이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박성주 GIST 교수는 “LED 인력을 대거 육성하려면 대학들도 장비들을 구비해야 하지만 천문학적 가격에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국가 연구과제 등을 통한 적극적인 지원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력 쟁탈전까지 벌어지면서 인력 수급 차질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자정 노력과 함께 산학관 공동으로 인력을 육성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