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최초로 발견한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박사와 뤼크 몽타니에 박사가 공동수상했다.
에이즈 환자가 의학계에 처음 보고된 것은 1981년의 일이다. 세계 각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혈우병 환자와 동성연애자 사이에서 발견됐고,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괴질’ 공포에 시달렸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바레시누시-몽타니에 연구팀이 HIV를 혈액에서 분리해 그 실체를 밝혀냄으로써 괴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졌고, 곧바로 다양한 항바이러스제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의 발견은 역사상 최단기간 안에 특정 질환의 원인을 규명한 놀라운 사건으로 큰 이슈가 됐었다.
그런데 이듬해인 1984년, 바레시누시-몽타니에 박사팀의 논문을 감수한 바 있던 미국국립보건원(NIH)의 로버트 갤로 박사가 사이언스에 자신이 HIV 최초 발견자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HIV를 누가 먼저 발견했는가를 두고 프랑스와 미국이 소송까지 걸어가며 대논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1987년 바레시누시-몽타니에와 갤로를 HIV 동시 발견자로 인정하고 발견에 대한 권리를 양쪽에 똑같이 나누도록 약속하면서 분쟁은 끝났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2008년, 노벨상은 바레시누시-몽타니에 연구팀을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함으로써 이들을 HIV 최초 발견자로 최종 ‘승인’했다.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