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사이트가 변질됐다

 네티즌A=“노트북PC 리뷰들을 보면 불만이 많습니다. 무슨 브랜드든 어떤 모델이든 ‘다 좋다’가 답입니다. 많은 사용자가 지적하는 단점조차 기재하지 않아요.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네티즌B=“그냥 이런 제품이 있구나 하는 차원에서만 리뷰를 살펴보는 게 좋아요.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단점 등은 차라리 사용자들이 올리는 후기를 보는 게 낫습니다. 리뷰에서 꼼꼼한 분석, 날카로운 평은 기대하지 맙시다.”

 

 리뷰사이트가 변질됐다. 제품의 장점과 단점, 사용후기 등을 평가해 리뷰를 올리는 사이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카메라·노트북PC·MP3플레이어 등 디지털기기를 중심으로 활발히 생겨났다. 현재는 생활가전·자동차 등 소비재 전방위로 확산됐다.

 디지털기기를 다루는 리뷰사이트만 100여개로 추정되며 모든 제품의 리뷰를 다루는 리뷰 포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네이버·엠파스 등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도 제품 정보에 리뷰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해 이를 찾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칭찬일색 ‘주례사’ 리뷰=2000년대들어 인터넷 상거래가 급격히 늘면서 직접 제품을 보고 만질 수 없는 소비자가 구매시 리뷰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문제는 대부분의 리뷰가 칭찬일색으로 단점·불편한 점 등 ‘쓴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시된 아수스의 노트북PC ‘F3Jc’는 많은 사용자가 XP 버전으로 출시된 모델의 ‘프리징’ 현상을 호소했다. 프리징은 노트북 사용 중에 일정 시간 10초간 멈추는 증상이다. 많은 리뷰업체가 이 제품에 대한 리뷰를 쏟아냈지만 ‘노트기어’만 이 증상을 지적했다.

 김승연 노트기어 실장은 “소비자들은 충분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었다고 생각할 때 리뷰를 신뢰한다”며 “단순한 기능 설명에서 벗어나 사용자 측면에서의 장점은 물론이고 불편한점이나 단점도 제공하는 것이 리뷰의 객관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리뷰가 칭찬일색으로 흐르면서 신뢰도에도 금이 가고 있다. 지난 8월 제일기획이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의 리뷰보다 일반 소비자의 상품평을 신뢰한다는 소비자가 더 많았다. 소비자의 상품평과 쇼핑몰의 사용후기를 신뢰한다는 소비자는 각 72.3%, 66.7%였으나 전문가의 리뷰를 신뢰하는 소비자는 66.3%로 나타났다.

 ◇“수익모델이 없다”=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대표는 “수익모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진단했다. 리뷰 콘텐츠 자체는 돈이 안된다. 대개의 업체가 홈페이지 배너광고 외에 공동구매 형식의 판매나 쇼핑몰을 겸하는 것으로 수익을 낸다. 일부는 제조사의 마케팅을 대행하기도 한다. 판매·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평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리뷰를 위한 제품 조달도 문제다. 대부분의 리뷰업체가 이들로부터 기기를 대여해 리뷰 제품을 조달한다. 부정적인 평이 들어가면 다음 제품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최신 제품을 가장 빨리 확보해 많이 올리는 것이 중요한 리뷰업체로서는 기기 조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치명적이다.

 리뷰업체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리뷰업체도 이런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수많은 리뷰업체가 있는데 유독 한 업체만 쓴소리를 한다면 누가 기기를 지원하겠냐”고 반문했다.

 업계는 “제조사는 물론이고 소비자도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길 꺼리는 인식이 바뀌어야만 제대로된 리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차윤주기자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