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수출 4000억달러, 무역 규모 8000억달러 시대를 동시에 연 해로 남게 된다.
올해 들어 우리 수출 규모는 지난해 전체인 3715억달러를 이미 돌파했다. 이달 초에는 4000억달러 벽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006년 수출 3000억달러 달성 후 불과 2년 만에 4000억달러 벽을 넘는 것이다. 올해 예상 수출전망치는 4400억달러로 작년에 비해 18.4% 급증했다.
이 같은 수출 증가율은 세계 수출 11강 가운데 중국 다음으로 빠른 것. 수출 1000억달러에서 4000억달러까지 걸린 시간은 13년. 중국이 9년이고 세계 10강의 평균은 17.2년이다. 올해 무역 규모가 800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점도 의미다. 물론 이것은 수입이 지난해보다 25.3% 크게 늘어난 것이 요인이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 규모가 작년 7283억달러에 비해 1600억달러가량 증가한 886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은 매년 두 자릿수의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왔다. 1964년 처음으로 연간 1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 후 44년간 4000배 이상 급등한 것. 이는 1964년 한 해 동안의 수출 규모를 올해 들어서 1일 1시간(하루 14시간 수출 가정)에 달성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희범 무역협회장은 “최근 수출은 올 10월까지 2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며 변함 없이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4000억달러 시대를 열 수 있던 데에는 개도국과 자원부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기여했다. 1∼10월 우리나라의 개도국 수출은 작년 대비 27.5% 증가했다. 올해 처음 개도국 수출 비중이 선진국을 두 배 이상 웃돌 것이라는 예상이다. 개도국들이 고성장 지속과 함께 투자와 소비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이 이들 시장을 적극 개척한 결과다. 특히 올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투자여력이 확대된 자원부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들 자원부국에 대한 수출은 2003년 34.3%, 지난해 39.9%에 이어 올해(1∼10월 기준) 42.4%로 처음 40%대까지 진입했다.
IT 분야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수출 10대 품목에 IT 분야에서 무선통신기기·반도체·디스플레이·컴퓨터 네 가지가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와 컴퓨터가 국제 메모리 가격 급락 및 해외 생산 수출 확대로 인해 마이너스 증가를 기록했지만 이들 4대 IT 분야는 여전히 한국 수출의 중요한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희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역수지 적자로 반전이라는 비보도 기다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의 무역수지 적자가 바로 그것이다. 1일 지식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1927억달러 흑자를 기록해온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말 적자로 반전된 후 올해 들어 11월까지만 133억4300만달러 적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이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 나은 결과다. 일본에 대한 무역수지 역조 규모도 10월까지가 290억달러로 연말에는 3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시 흑자국으로의 반전을 점치고 있다. 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8.6% 증가한 4778억달러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수입은 상대적으로 적은 6.2% 늘어난 4674억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이 예상치가 적중하면 32억달러 흑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500억불탑/삼성전자
삼성전자(대표 이윤우)가 올해 수출 500억불탑을 수상한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간 수출실적이 542억9515만달러에 이른다. 무엇보다 이 같은 성과가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가격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 얻은 결과여서 더 값어치가 있다. 차별화된 제품과 원가 경쟁력 그리고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삼성 주요 사업부 모두가 선전했다.
LCD TV 부문은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올 2분기 업체별 점유율 실적 결과, 삼성전자는 483만7000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20.4%로 1위를 굳건히 지켰다. 특히 LCD TV 업계로는 처음으로 수량 기준 20%대를 돌파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매분기 점유율이 상승하며 2006년 3분기 이후 8분기 연속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그리고 이를 주저 없이 시장에 내놓고 알린 결과다. 대표 제품을 들면 신소재와 디자인공법을 적용한 ‘크리스털 로즈’, TV에서 뉴스·날씨·주식 등 각종 정보와 유튜브를 즐길 수 있는 ‘인포링크’, 게임·교육·요리 등 각종 콘텐츠를 내장한 ‘콘텐츠 라이브러리’ 등 삼성전자는 신개념 TV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얇은 44.4㎜ 두께의 초슬림TV, 친환경 LED 백라이트를 채택한 LED LCD TV 등 시장을 선도하는 신제품도 계속 출시하고 있다.
휴대폰 부문 역시 올 3분기 처음으로 분기 기준 5000만대 판매를 넘기는 업적을 세웠다. 시장점유율도 17.1%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성장(점유율)과 수익(이익률) 두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시장과 중동·아프리카·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모두 약진하고 있어 안정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햅틱·옴니아·인스팅트 등 프리미엄 터치스크린폰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것이 이 같은 좋은 성과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100억불탑/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대표 권영수)는 118억6462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려 100억불탑을 받는다. 회사는 올 2분기 기준 TV·모니터·대형 LCD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8.8%를 차지했다. 델·HP·애플·IBM 등 전 세계 글로벌 PC업체와 LG전자·필립스·도시바 등 세계적인 TV 업체에 LCD를 공급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일 정도로 수출 중심 기업이다. 지난해 수출액은 약 124억달러로 21억달러였던 2000년에 비해 6배 이상 크게 늘었다.
품목별 수출실적을 보면 TV용 LCD 패널이 69억7700만달러, 노트북용 LCD 패널이 35억4800만달러, 모니터용 LCD 패널이 25억9400만달러, 기타 응용제품 LCD 패널이 6억8100만달러다. 국가별 수출실적은 중국이 32억55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유럽(29억4400만달러), 대만(39억4500달러), 미국(20억5900만달러), 일본(15억9600만달러) 등의 순이다. 일본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던 LCD 시장에서 독자적인 국내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가 1995년 9.5인치 LCD를 처음 생산할 당시만 해도 시장은 샤프·도시바·히타치·마쓰시타 등 일본 기업이 사실상 100%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었다. 회사는 그동안 꾸준히 해온 기술개발과 마케팅으로 1998년 처음으로 세계 5위에 등극했으며 이후에도 성장세를 지속해 1999년 세계 2위, 2003년 세계 1위의 패널업체로 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기술과 품질 양면에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켜온 노력의 결과다.
회사는 미래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최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사업을 강화하며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신시장 개척을 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7억불탑/디에스엘시디
디에스엘시디(대표 이승규)는 올해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7억593만달러 수출실적을 세우며 7억불탑을 수상한다. 2003년 1억불탑을 시작으로 2004년(2억불탑), 2006년(4억불탑), 2007년(6억불탑) 거의 매년 새로운 수출탑을 받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기술과 생산성 혁신에 매진, 수많은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초 40인치·42인치 LCD TV용 백라이트유닛(BLU)을 개발해 양산에 성공한 것과, 차세대 광원인 LED를 적용한 24·32인치 LCD TV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6시그마 운동, 생산성 향상 운동 등 다양한 경영혁신 활동을 전개해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회 대·중소기업 경영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사가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사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상당한 실적으로 이어졌으며, 지난해부터는 사내 혁신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고객만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억불탑/엠케이전자
엠케이전자(대표 최상용)는 본딩와이어 업체 중 유일하게 독자 기술과 자본으로 설립된 회사로, 수출 3억8628억달러로 3억불탑을 받는다. 해외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2001년과 2004년에 대만과 중국에 지사를 세웠으며 현재 중국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회사는 198명 전체 직원 가운데 33명이 연구개발 인력으로, 기술개발과 품질향상 노력을 지속적으로 쏟고 있다. 지난해 8월 본딩와이어 신시장 개척을 위한 절연와이어 코팅기술 도입을 위해 캐나다 마이크로본즈와 본계약을 체결, 한 단계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절연 본딩와이어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 금값 상승에 따른 고객사의 재료비 절감을 위해 금·은 합금 와이어 설계 기술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세계 4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는 2011년 세계시장 1위를 목표로 각 부문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초부터 수익배분(profit sharing) 제도를 개선, 직원들에게 경영참여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주인의식을 갖고 이익 극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1억불탑/유양D&U
유양D&U(대표 김상옥)는 설립 33년 만인 올 수출 1억2472만달러로 1억불탑을 받는다. 작년 4월 디스플레이와 유비쿼터스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현재의 회사명으로 바꿨다. 회사의 주력 제품은 LCD TV용 전원공급장치(PSU)와 LCD모니터용 전력공급장치. 각각 9977만9000달러와 1870만8000달러의 수출실적을 세웠다.
회사는 그동안 새로운 기술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부단한 변신을 시도했다. 2004년 부가가치가 낮은 OEM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가 유망한 디지털 디스플레이 분야로 탈바꿈했다. 그동안 축적한 나노기술인 하이브리드 IC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버터와 PSU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투자에 나섰으며 단기간에 이 분야 선두업체로 부상했다.
회사는 특히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여러 특허와 인증을 받았으며 삼성·LG전자 협력업체 품질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매진해 중국·대만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회사는 가격과 품질경쟁력이 뛰어나 앞으로 이 지역에서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중국 상하이엑스포에서는 회사의 LED솔루션 기술이 채택돼 본격적인 납품·설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훈·포장·정부표창
2일 무역의날 시상식에서는 수출 증대와 무역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유공자 754명에게 훈·포장 및 정부표창을 수여한다.
김기순 노키아티엠씨 사장은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다. 마산자유무역지역(MFTZ)에 있는 회사는 새로운 기술습득, 품질향상 그리고 신속한 제품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시에 고객만족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캠페인, 제안제도는 품질과 제조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양해경 삼성전자 유럽본부장은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다. 양 본부장은 올해 삼성의 유럽지역 총교역 510억달러로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 재유럽한국경제인협회장과 재독일한국경제인협회장을 역임하며 한-유럽과 한-독일 간 교역통상 증진에 큰 역할을 수행했다. 수출시장 확대와 품목 대형화에 심혈을 기울여 매출 10억달러 이상 국가와 품목을 각각 9개와 10개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소켓과 터미널을 수출하는 연호전자 최연학 사장은 동탑산업훈장을 받는다. 최 사장은 국내 가공·소재기술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력과 품질·가격경쟁력을 높였다. 지난해에는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올렸다.
고광석 무역협회 전무이사, 박재순 수출보험공사 이사, 황민하 KOTRA 부사장은 수출지원기관 유공자로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한다. 무역협회 홍콩·베이징 지부에서 7년여간 근무한 고 전무는 국내기업의 중화권 시장 진출에 크게 기여했으며 또한 한-아랍소사이어티를 창립하고 중동국가 국빈초청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중동시장 개척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재순 이사는 1992년 공사 창설의 핵심 주역으로 수출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6년 단기영업본부장 재직 시에는 신시장인 쿠바·러시아·인도 등에서 우리 수출기업의 수출보험 지원 요청에 신속하게 대처해 해외시장 개척에 크게 공헌했다. 황민하 부사장은 전략본부장을 역임하며 KOTRA가 해외마케팅 지원기관으로서 전략화와 전문화의 기틀을 닦았다. 특히 해외 한국비즈니스센터(KBC) 네트워크를 활용, 산업별 글로벌 바이어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신규사업을 개발해 중소기업에 장기적 수출지원 체제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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