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수출 대표주자였던 반도체가 2008년 품목별 수출실적(1∼10월) 기준으로 5위로 추락했다. 1992년 1등에 올라선 이후 2004년 간발의 차이로 자동차에 1등을 넘겨준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반도체업체간 과열경쟁 그리고 예상에 미치지 못한 수요 여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가 다시 수출품목 1위로 올라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품목기준 수출 1·2위는 선박과 석유제품. 작년 4·5위에서 올해 수주 급증(선박)과 고유가 영향(석유제품)으로 급상승했다.
◇반도체·PC 수출 순위 급락=2000년 우리나라 실적기준 수출품목 1·2위는 반도체와 컴퓨터(PC)였다. 8년이 지난 올해 두 품목은 각각 5위와 10위로 하락했다.
반도체 경우 사실 ‘충격’으로 표현할 수 있다. 2004년 265억1600만달러로 약 6000만달러 차이로 자동차(265억7700만달러)에 1등 자리를 넘겨준 이외에 10여년째 굳건히 1위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규모면으로도 반도체는 293억2700만달러로 1위 선박(342억4500억달러)과 50억달러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앞으로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1위 재도약은 쉽지 않아 보인다.
노성호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내년 반도체 경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일단 워낙 단가가 하락했고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시장 경기도 낙관적이지 않아 순위 회복은 쉬워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컴퓨터 경우 2003년 4위, 2005년 6위, 2007년 7위 등 꾸준히 하락세다. 올해 10대 수출상품에는 포함됐지만 이같은 하락추세를 고려한다면 내년 10위권 유지도 의문이다.
◇휴대폰·디스플레이, 선방=무선통신기기(휴대폰)와 디스플레이의 올 순위는 지난해와 동일하다. 하반기 경기 불황에서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증가율도 작년대비 20%대다. 휴대폰 경우 10월까지의 수출 규모가 313억5800만달러로 작년 전체 규모(304억4800만달러)를 뛰어넘었으며 디스플레이도 작년 전체실적(169억2900만달러)에는 다소 미흡한 164억6900만달러로 전년대비 20.9%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휴대폰 경우 2003년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3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동안 이 수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06년 10위권(7위)에 진입한 디스플레이는 내년 경기침체 여파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휴대폰, 내년 수출 1위 가능할까=내년 1등 수출품목으로 가장 유력히 거론되고 있는 품목은 선박과 휴대폰. 올해 2위 품목인 석유제품 경우 작년대비 80% 이상 실적이 급증하며 2위에 올라섰지만 내년에는 유가도 크게 하락할 전망이어서 올해 정도의 호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작년 4위(277억7700만달러)에서 올해(342억4500만달러) 56.4% 실적이 급증한 선박과 작년(304억5800만달러) 12%에 이어 올해(313억5800만달러) 26% 이상 성장률을 보인 휴대폰 중 하나가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미 2∼3년분의 수출주문을 받은 선박에 가능성을 두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업계가 경기 부진 속에서도 중동 등 신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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