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월 단위 수출액에서 지난해 9월 이후 14개월 만에 300억달러 선이 붕괴됐다. 13개 수출 주력 품목 중 선박을 제외한 모든 품목이 하락세에 빠졌다. 특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출 증가세를 탔던 휴대폰과 디스플레이마저 감소세로 반전했다.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18.3%나 급감한 29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출 감소세는 7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그나마 수입이 14.6% 감소한 289억6000만달러로 전체적으로는 3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속절 없이 무너지고 있는 수출에 가려 2개월 연속 흑자 기록은 빛이 바랬다. 특히 수출 대상국 1위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27.8%나 감소했다.
정재훈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은 “세계 시장 트렌드와 업계 전망치를 연계해 분석하면, 올해 연간 100억달러대 적자를 넘어갈 수도 있다”며 “당초 예상했던 수출 악화 시기가 상당히 빨리 왔다”고 말했다.
이진호·한세희기자 jholee@etnews.co.kr
<뉴스의 눈>
우리 산업·경제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수출이 급속도로 식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IT마저 하락 추세가 뚜렷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됐다.
선진국 시장은 물론이고 상대적 기회 시장으로 여겼던 중남미, 대양주, 아세안, 중국 등 개도국으로의 수출도 여지 없이 꺾였다. 더욱이 반도체·가전·PC 등이 어려울 때 디스플레이·휴대폰 등이 받쳐주는 이른바 ‘품목별 헤지 효과’도 완전히 사라졌다.
11월 가전과 PC는 아예 50% 이상 수출이 줄어들었고, 반도체, 디스플레이도 각각 44%, 19%씩 수출이 감소했다. 혼자서 고군분투해오던 휴대폰도 수출증가세가 하락세로 반전하며 26%나 급감했다.
정재훈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얼마간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으로 봤던 IT 부문마저 선진시장에서 팩토링 또는 할부, 보조금 등의 금융시장이 무너지다 보니, 실질적으로 수요는 있으나 금융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수요가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수치상 흐름이 당분간 개선되기는 힘들더라도 완전히 비관적 상황은 아니다. 어딘가에 희망과 기회가 있다는 목소리다.
우선은 3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그 징후다. 우리나라는 통상 무역수지 흑자의 10배 정도가 경상수지 흑자로 나온다. 결국 11월의 3억달러 흑자는 같은 기간 약 30억달러 안팎의 경상흑자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국가적 대외신인도와 경제 운용에 적잖은 호재가 될 공산이 크다.
또 하나, 수출감소가 바로 우리 산업의 대외경쟁력 저하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휴대폰은 수출이 줄어들긴 했지만, 우리나라 전체(삼성전자+LG전자)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높아졌다. 강명수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등 선전하고 있는 품목에 우리가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세계점유율이 가파르게 높아졌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이클 회복이 빠른 IT를 앞세워 수출 탄력을 경쟁국에 비해 빨리 회복하는 것이 또 하나의 관건이다. 지난 10월 수출은 일본이 7.7%나 꺾인 것을 비롯해 대만 8.3%, 싱가포르 5.9% 감소 등 경쟁국 모두가 공통 현상으로 겪고 있다. 11월 유일하게 우리나라가 수출을 늘린 중동시장 등의 기회를 먼저 찾고 확보한다면, 산업의 재도약기에 이르는 기간을 경쟁국보다 짧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월, 300억달러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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