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유사 상품의 상표권 침해에 대해 통신판매중개자(오픈마켓)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오픈마켓 특성을 고려한 국내 첫 판결로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선의원을 비롯한 13명의 의원들이 제출한 ‘전자상거래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처리를 앞두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이균용 부장판사)는 케이투코리아가 인터넷 오픈마켓 인터파크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K2’ 브랜드를 통해 등산용품 영업을 하고 있는 케이투는 인터파크가 오픈마켓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여러 판매자가 2006년부터 ‘K2 등산화’, ‘K2 정품’ 등 ‘K2’나 ‘K-2’ 표시를 포함한 등산용품을 판매하자 유사한 표시의 등산화 판매를 중지시키고 손해배상을 하라고 2006년 5월 인터파크에 통지했다.
인터파크는 거래 공간을 제공할 뿐 권리 침해를 일일이 파악할 수 없으니 신고가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답한 뒤 수차례 유사 상품 판매를 중단시켰다. 케이투는 나아가 인터파크가 판매중단 이전에 부정경쟁행위를 용인해 수수료 수입을 얻는 등 불법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K2와 유사한 물건을 판 것은 부정경쟁행위지만 인터파크에는 이들 상품 정보의 입력을 미리 차단할 구체적 수단이 없다”며 “운영자가 상표권 침해 행위의 주체가 아니고 실제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려우며 제품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고 미리 알렸으므로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또 “오픈마켓에는 수많은 물건이 판매되고 상표권 침해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지만 그런 개연성만으로 운영자가 제품을 일일이 검색해 삭제하도록 주의의무를 부담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인터파크가 자체 검색을 통해 유사품 유통을 막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오픈마켓 운영자로서 의무를 다한 것으로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한편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오픈마켓과 판매자가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자상거래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가운데 이번 판결이 개정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