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시어터 출력 표기 현실성 떨어진다

 일본 유학 후 국내에 돌아온 유학생 K씨. 오디오가 취미인 K씨는 홈시어터를 장만하기 위해 전자매장을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매장 점원이 제품을 설명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평균 출력이 ‘1000와트(w)’급이라고 설명했기 때문. 심지어 상품 카탈로그에도 1000w라고 표기한 제품이 수두룩했다. 오디오 전문가가 많은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1000w는 공연·콘서트처럼 대규모 공연장에서 수십대의 앰프를 설치해 나올 수 있는 어마어마한 출력이기 때문이다.

 디지털TV와 맞물려 ‘홈시어터’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오디오 성능을 보여 주는 ‘출력’ 표기 방법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요 업체가 홈시어터 제품을 설명하면서 출력을 과장하거나 높은 출력을 강조하기 위해 유리한 제품 규격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실제 국내 대·중소기업을 망라하고 주요 홈시어터 제품 카탈로그에서는 흔하게 1000w 출력을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옥션·G마켓과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2인치 이하로 스피커 인치대가 작은 소형 홈시어터까지 200w까지 출력을 낸다고 홍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홈시어터 스피커 크기는 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2인치 이하 작은 스피커는 채널당 수십w 출력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디오 전문가들은 “디지털 앰프는 아날로그와 달리 한순간 최대 출력을 낸다면 수백와트까지 출력값이 나오겠지만 이는 말그대로 일상 환경에서 아무런 효용 가지가 없는 수치상 ‘최대 출력(PMPO)’일 따름”이라며 “명확하게 이를 표기하지 않으면 오디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는 이를 ‘정격 출력(RMS)’으로 오해할 소지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제품 규격이 어떤 방식으로 측정되었는지 또는 어떤 기준에서 소리값이 나왔는지에 대한 전후 설명을 표기한 설명서를 찾아 보기 힘들다. 업체에서도 제품 규격이 어디에 근거하는지 제품 규격이 어떤 시험 조건 환경인지 전후 설명 없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출력 이외의 스피코 유닛, 옴(Ω), 데시벨(dB)과 같은 상세 제품 규격 정보도 제품을 구입한 후 상세 설명서를 읽어야 알 수 있을 정도다.

 반면에 일본과 같은 외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일본은 AV 제품 출력을 소비자 입장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국제전기표준 (IEC) 기준과 일본산업표준(EIAJ) 등에 따라서 최대 출력(Peak) 값, 옴 수에 따른 출력 등을 정확하게 표기하고 있다.

 설재호 헤스위피 대표는 “일본·유럽 제품은 국제 규격을 따르거나 자체적으로 표준 규격을 제정해 이를 준수하는 데 반해 우리는 제조업체 일방의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해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제시한 사양 자체 정보가 지나치게 미흡해 소비자에게 제품 선택의 혼선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