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업계에는 기업활동 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을 겸직하면서, 두가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이른바 ‘멀티플레이어’형 CEO들이 날개를 펴고 있다. 이들은 한가지 일만 하기에도 바쁜 세상이지만 두가지 직업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전도성 고분자 소재회사인 나노캠텍의 백운필 사장은 명지대 화학과에 재직중인 현직 교수다. 지난 1999년 자신이 연구하던 전도성 고분자의 사업화 가능성을 엿보고 창업해 오늘의 나노캠텍을 만들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전도성 고분자 원료 및 응용제품은 각종 전자부품의 포장재료로 쓰인다. 실적도 해마다 계단식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5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코스닥에 상장 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207억원을 벌여들여 지난해 매출(232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태세다. 이 같은 결과는 기술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마케팅·사업화가 중요하다는 백 사장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철저한 사업가로 변신해, 사업에 손대면 망한다는 교수 출신 CEO 이미지를 완전히 씻고 있다. 나노캠텍의 특징중 하나는 직원들의 대다수가 백 사장의 제자라는 사실이다. 백운필 나노캠텍 사장은 “직원의 80%가 제자들로 구성됐다”라면서 “기술을 사업화하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컴퓨터용 냉각장치업체인 잘만테크의 이영필 사장은 국내 굴지의 특허법인 리앤목의 대표 변리사다. 변리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신기술을 많이 알게 된다. 이 사장은 컴퓨터용 냉각장치 시장이 뜰 것이라고 예측해 지난 1999년 잘만테크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전세계 64개국에 CPU 및 VGA카드 등을 수출하고 있다. 올해 ‘5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2000만불, 3000만불 수출탑 수상에 이은 성과다. 이영필 사장은 철저한 기술경영을 추구한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차별화된 아이템이 있으면 과감하게 추진하고 회사 외부에서도 좋은 기술을 발굴하는 데 주력한다. 잘만테크는 3차원 LCD모니터, 1인칭슈팅게임(FPS) 전용 마우스 등도 신규사업으로 추진중이다.
칩부품업체인 아모텍의 김병규 사장은 20년 넘게 정부 산하기관의 심사평가위원으로 활동한다. 산업기술평가원과 전자부품연구원에서는 1986년부터 전기·전자부문 심사평가위원을 맡고 있으며, 과학기술기획평가원서도 1996년부터 전기·전자부문 심사평가위원으로 활약중이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중소기업에 박사학위가 있는 연구원이 없었기에 서울대 금속공학 박사 출신인 김병규 사장이 심사평가위원으로 위촉된 것이다. 김 사장은 이를 통해 다양한 기술 등을 만나면서 어떤 분야가 유망할지 지식을 쌓았다. 그 성과가 정전기·전자파 방지 부품인 칩 배리스터로 나타나 세계시장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올해엔 지난 8월부터 하이얼에 세탁기용 BLDC모터를 공급하면서 또 한번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