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기업 영업이익 `얄팍`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들은 지난 3분기 누계 기준으로 1000 원 어치 시스템 반도체를 팔아 38원의 영업 이익을 남겼다. 이 수치는 올해 코스피 상장사(3분기 누계 실적 기준)가 1000원 어치를 팔아, 74원의 영업이익을 남긴 것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첨단 지식산업의 대표격이라는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대한 요구가 더욱 증대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팹리스 기업 26개 업체를 대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을 조사·집계한 결과, 지난 1분기∼3분기 총 매출 7526억 원에 총 영업이익 287억 원을 달성, 국내 팹리스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분기 영업이익률이 1분기 0.7% △2분기 4.5% △3분기 6.5% 등으로 상승세이긴 하지만 4분기가 부품산업의 특성상 비 성수기여서 올 한해 영업 이익률은 5% 이하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7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3.4%였다. 첨단 지식산업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않는 초라한 영업이익률이다.

3분기까지 국내 팹리스 기업의 1인 당 평균 매출은 약 3억 620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6개 기업의 총 종업원 수는 올 연초 기준으로 2076명이다. 팹리스 기업의 1인당 평균 매출은 동일한 지식 집약 산업인 국내 상장 제약사들의 1인당 평균 매출 2억 2500만 원에 비하면 꽤 높은 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올해 26개 팹리스 기업에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9곳으로 전체 34% 이상을 차지, 평균 영업이익률이 낮아졌을 뿐 더러 큰 폭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일부 기업도 있다”고 설명, 10곳 중 3개 기업 꼴로 적자에 허덕였다.

이에 반해 엠텍비젼(13.1%)·티엘아이(19.4%)·텔레칩스(16.7%)·피델릭스(15.0%)·넥스트칩(25.6%)· 네오피델리티(13.9%)·아이앤씨테크놀로지(14.6%)·펜타마이크로(17.4%) 등 팹리스 기업들은 3분기 영업이익률이 두 자리 수에 달해 팹리스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팹리스 산업 성격상 전방 사업 시황에 따라 경영 성과에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영업이익만으로 기업 경쟁력을 절대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며 “팹리스 기업 CEO가 어떤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활동하는 지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