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 현재 외환 보유액이 2005억1000만달러로 전월에 비해 117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간신히 2000억달러대로 유지했지만 무역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는 상황이라 12월 말에는 1000억달러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내년 초 실물경제가 완연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금융 시장 불안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3월 위기설’이 떠돌고 있다. 지난 ‘9월 위기설’로 한바탕 소동을 겪은 점을 되돌아볼 때 꺼림칙하다. 3월 위기설의 핵심은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건설·조선·자동차업 등의 부실이 현실화되고 외국 금융기관의 자본 회수가 본격화되면서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근거 없는 주장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는 그만큼 불안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금융권의 대출 억제에 따른 유동성 부족과 소비 위축에 따른 판매 급감으로 실적이 양호한 기업들조차 흑자 도산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모습을 보면 위기감이나 이에 대한 대응 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내년 예산안 처리를 통해 예산 집행이 조속히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정시한을 넘겨버렸다. 기업과 국민들은 죽겠다고 난리지만 정부와 국회는 ‘조금 힘든 정도’라고 생각하는 모양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회복론은 현재의 경제위기에 잘 대응했을 경우다. ‘하반기에 살아난다니까 그때까지 버티면 잘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적극적인 내수 확대 정책과 함께 신속한 산업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