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령관’ 송병구와 ‘헤라클레스’ 허영무(이상 삼성전자), ‘괴수’ 도재욱과 ‘혁명가’ 김택용(이상 SK텔레콤), 여기에 ‘뇌제’ 윤용태(웅진)와 ‘붉은 셔틀의 곡예사’ 김구현(STX)에 이르기까지 e스포츠 팬에게 육룡(六龍)이라고 불리는 프로토스 프로게이머의 대활약으로 프로토스 전성시대가 열렸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진행돼온 10년여 동안 지금처럼 프로토스가 강성했던 시기는 없었다. 당대 최고의 스타크래프트 선수를 일컫는 ‘본좌’라는 칭호를 받은 선수 중 프로토스가 단 한 명도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로토스는 항상 저그에게 짓밟히고 테란에게 압도당하며 밑바닥을 전전해왔다. 테란과 저그가 우승을 차지할 때도 들러리 역할만 해왔을 뿐 2회 우승이나 양대 리그 석권 등 테란과 저그 선수가 쉽게 이루던 업적도 프로토스 선수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2007년에 들어서며 움츠리고 있던 프로토스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김택용의 손끝에서 이뤄졌다. 곰TV MSL 시즌1 결승에 진출한 김택용은 당시 최강 저그라는 평을 받고 있던 ‘마에스트로’ 마재윤(CJ)을 3 대 0으로 잡아내는 파란을 일으키며 2005년 So1 스타리그 우승 이후 2년여 만에 프로토스가 다시 한번 정상을 차지했다. 이후 송병구를 잡아내며 2회 우승에 성공한 김택용은 프로토스 최초 한국e스포츠협회 공식 랭킹 1위까지 올랐다.
이후 인크루트 스타리그 2008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뗀 송병구의 가세와 김택용의 MSL 3회 우승, 그리고 윤용태, 도재욱, 김구현, 허영무의 활약은 프로토스의 황금기를 가져왔다. 프로토스의 황금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육룡이라 불리는 프로토스의 경기력이 전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그 뒤를 받치는 프로토스들 역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테란과 저그가 자신을 담금질해야 할 때다. 그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던 테란과 프로토스를 압살하며 테란에게 도전했던 저그에게 지금 이 시기는 시련의 시기다.
프로토스가 3인자의 설움을 씻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경지에 올라섰듯이 테란과 저그 역시 자신을 담금질해 지금의 정체기를 벗어나 도약을 꿈꿔야 한다. 테란과 저그가 한 단계 더 성장해 세 종족이 다시 박빙의 대결을 펼치게 되기 전까지 프로토스의 시대는 끝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테란과 저그의 와신상담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