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 박태원과 정인택, 시인 이상의 우정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연극 깃븐우리절믄날은 이 셋의 우정을 바탕으로 1930년대 경성의 모습과 그 시대 지식인의 복잡한 내면과 이들의 애정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연극의 배경인 1930년대 경성은 신식 건물이 들어서고, 금광과 주식 열풍이 불던 시기다. 음악, 미술, 영화 등 새로운 문화가 쏟아지고 각종 스포츠가 젊은이들의 눈을 황홀하게 했지만 식민지의 진실은 무지와 가난이었다.
이상과 박태원,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정인택 역시 당대 최고의 엘리트였지만 식민지 출신의 가난한 글쟁이라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낮에는 극장을 찾아가 영화 속에 그려진 서양을 동경하고, 밤에는 코트를 전당포에 잡혀 가면서 술을 마시는 것은 그 당시 지식인들의 보편적인 일상이었다. 일제강점기에서 식민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모던걸, 모던보이들의 화두는 자유연애였다.
연극 깃븐우리절믄날은 지식인들의 모순된 내면을 담담하게 풀어나감과 동시에 이상과 정인택, 그들이 자주 찾던 술집 여급 권영희의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상의 소설에서 여급이지만 상당한 지적인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는 권영희는 이상과 정인택 사이에서 갈등한다. 정인택의 자살음독사건으로 그와 결혼하게 되는 권영희, 이를 본 이상, 정인택 사망 후 권영희와 결혼하는 박태원. 이들의 얽히고설킨 상황의 진실과 네 사람의 각기 다른 상황이 하나씩 펼쳐진다.
이 연극의 백미는 무엇보다 언어다. 그 시대 서울말의 느낌을 고스란히 되살리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전달한다. 특히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와 같은 외국어의 적절히 섞어 그 시대 지식인의 세태를 잘 반영했다. 시대의 느낌을 잘 살린 언어는 연출자 성기웅의 강점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무대가 일반적인 소극장에 비해서는 큰 편이어서 대사와 감정 전달이 부족하다는 부분이다. 또, 무대의 변화가 적고 대사의 톤이 밋밋해 다소 지루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두산아트센터의 창작자 양성 세 번째 프로그램인 ‘깃븐우리절믄날’은 이달 말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상연된다. 공연시간은 평일 8시, 토요일 4시, 7시 30분, 일요일 4시며 관람료는 전석 2만5000원이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