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는 예측불허, 5년 뒤면 실생활 적용 가능.’
빛을 내는 LED에 통신을 접목해 ‘빛 통신’이라는 융합기술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과제가 ‘LED 가시광 무선통신 송수신 기술’이다.
이 과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제7동 2층에 위치한 융합미래기술연구부가 수행하고 있다.
지난 3일 현장을 찾았을 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LED 통신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시연되고 있었다. 아날로그 방식의 MP3 데이터를 적색 가시광에 실어 4m가량 떨어진 포토다이오드(PD)로 쏘면 이 PD가 빛의 정보를 받아 선명한 음악으로 바꿔 그대로 재현한다.
ETRI 융합코디네이터 강태규 박사는 “지난 4월 과제를 처음 시작할 땐 아무도 믿지 않았다”며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지만 신산업이다 보니 시장 예측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하지 말라는 연구원들도 있었습니다. 될지 안될지 모르는데다 기술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죠.”
이 기술의 바탕은 ‘1530프로젝트’가 기반이 됐다. 1530프로젝트는 지식경제부가 오는 2015년까지 교통신호등이나 가로등, 광고등 같은 조명의 30%를 효율이 좋은 LED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임상규 박사는 “나노미터 단위로 빛의 방출을 제어하는 원리를 이용하면 통신이 가능하다”며 “5년 뒤면 통신이 가능한 LED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LED 가시광 무선통신 기술과 절묘하게 연결되는 기술이 바로 융합미래기술연구부 아래층에 위치한 텔레매틱스연구부의 IT융합 공회전 제어 시스템이다.
차량이 교통신호 대기중일 때 신호등으로부터 오는 적색 신호에 따라 차의 시동을 껐다 켜는 방식으로 연비를 높이고 환경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 아직까지 현실적인 문제는 있지만 LED에 담겨있는 데이터를 차량이 직접 수신, 처리하는 일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 공회전 제어 시스템은 차량 및 운전자 정보관리시스템(VDMS)의 일부다.
차량 IT 융합기술에 대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R&D를 수행하고 있는 김현숙 차량통신연구팀 책임연구원은 “과속이나 공회전, 비정상작동 등 차량의 전체 상태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현재도 가능하다”며 “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현재 신호제어기를 교체하지 않고 적신호 주기만을 선별,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또 “차량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따른 과속이나 공회전 등의 에너지 낭비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량의 위험상태도 스스로 감지하는 첨단 시대 도래가 코 앞”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자동차의 IT 융합은 안전과 편리성을 내세워 전장부품과 텔레매틱스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텔레매틱스와 자동차 간 융합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박종현 ETRI 텔레매틱스연구부장은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화두에 잘맞는 분야가 자동차”라며 “차량에 IT기술을 융합할 경우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인 IT자동차라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우리가 선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략은 차량 공간의 편의성과 오락성, 주행의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휴먼친화적인 자동차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분야도 크게 4가지. 자동차용 반도체와 임베디드 SW, 차량 네트워크, 인간-차량 인터페이스(HMI) 등이다.
“차량은 앞으로 통신전달의 매개체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차 내부에서 차량을 제어했다면 앞으로는 통신을 통해 외부에서 제어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모두 IT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박 부장은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영화에 나오는 생각하는 자동차 ‘Z’카가 구현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우리 나라의 강점인 IT가 모든 산업의 기반으로 자리 잡으며 신산업을 창출하는 동인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