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 5人이 말하는 ‘성공의 조건’

공작기계 5人이 말하는 ‘성공의 조건’

글로벌 경기 악화로 국내 제조업이 침체기에 들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 산업의 기반 격인 공작 기계 시장 전망 역시 불투명한 게 사실. 물론 올해 11월까지 국내 공작 기계 산업의 성적표를 보면 비교적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10월 공작 기계 수주는 2,069억 원으로 9월보다 13.7%나 떨어졌지만 1월부터 10월까지 누계 수주액은 2조 1,824억 원으로 전년보다 22.1%나 늘어났다. 이에 비해 일본 절삭 기계 시장의 경우 9월까지 수주가 전년대비 4.3% 감소했고 독일의 공작 기계 수주 역시 3분기 들어 3년 만에 마이너스를 돌아섰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유가, 고원자재가 등 악조건 속에서도 국내 공작 기계 산업은 나름 선방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 국제통화기금 IMF가 세계 금융 위기가 아직 최악의 상황을 겪지 않은 상태이며 내년까지 위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전 세계 경제의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입을 모아 공작 기계 시장 역시 내년에는 둔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비책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역시 단초는 이미 성공한 케이스에 찾는 게 빠르다. 지난 12월 4일 열린 `2008 공작기계인의 날` 행사에서는 국내 공작 기계 산업의 발전에 공헌한 이들에 대한 표창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이종판 이더블유에스코리아 대표이사가 밝힌 경쟁력 강화의 조건은 기술력이다. 이 대표는 3축 CNC 선반용 복합 공구대 유닛과 회전 공구용 툴 홀더를 국산화, 1,000만 달러에 이르는 수입 대체 효과를 창출해냈다. 덕분에 회사 매출도 지난해 73억에 이어 올해 100억 원을 바라보는 등 연평균 32% 이상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제조업 침체를 극복하려면 기업과 정부 모두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그 역할을 다해 공작기계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공작 기계 업체 입장에서의 경쟁력 바탕은 당연히 기술력이 기본이고 이를 일류기업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이종판 이더블유에스코리아 대표(우)와 김영학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좌)

성기중 SIMPAC 차장(지식경제부장관표창) 역시 기술 개발을 꼽는다. 그는 C프레임과 솔리드 링크 모션 프레스, 고속 링크 프레스 등을 개발, 올해 프레스 장비 기술 발전을 선도했다. C프레임과 솔리드 링크 모션 프레스는 진동과 소음을 낮추고 가공품 정밀도 향상, 금형 내구성 등을 개선했다. 고속 링크 프레스 역시 1분에 60회였던 SPM(Stroke Per Minute)을 100회로 개선해 경쟁력을 높였다.

주정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책임연구원(지식경제부장관표창)도 기술 전도사를 자임한다. 그는 머시닝센터와 방전가공기 등 공작 기계 품질 검사와 검사 규격을 개발은 물론 대정부 건의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통 연삭기용 인프로세스 게이지 운동 매커니즘을 업계에 보급했고 너클 프레스 성능 향상 기술 지원 등 위탁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손병영 한국공작기계 이사(지식경제부장관표창)가 꼽은 경쟁력 강화의 조건은 납기 단축과 공정 개선, 원가 절감의 3가지 키워드다. 그가 지난 2000년 순손실 27억 원을 기록했던 회사를 지난해 30억 원 흑자로 탈바꿈시킨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덕분에 한국공작기계는 매년 42%의 고성장과 수출 규모도 다섯 배씩 성장하는 우량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안재봉 두산인프라코어 부장(지식경제부장관표창)은 신흥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해 유럽 내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 순위를 4위로 끌어올렸고 특히 이탈리아와 영국, 핀란드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 1999년 이후부터는 슬로바키아와 터키, 헝가리 등 신흥시장 개척에 열성이다.

경쟁력 강화의 조건에 비밀은 없다. 성공한 이들이 뽑은 조건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실제 세부 실천을 위한 치밀한 준비다. 기술과 공정 개선, 시장 개척의 3가지 키워드는 누구나 뽑을 수 있지만 실천을 위한 사전 조사와 꾸준한 인적·기술 투자가 불황에도 성공을 낚는 열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