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가전 제조사들이 유통업체에 파견한 판촉사원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판촉사원 파견은 제조사가 판촉활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보낸 경우가 많지만, 거래하는 유통업체가 인력이 부족한 신규 매장에 파견을 요구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1233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면 실태조사 결과 판촉사원을 파견한 484개 업체 가운데 21%는 유통업체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대답했다.
◇가전매장 98%가 제조사 판촉사원=전자제품 제조사는 유통업체에 판촉사원을 보낸다. 제품의 기능과 성능 설명을 위해서다. 공정위도 대규모소매업고시 제8조에 예외규정을 둬 전문지식이 필요한 제품의 경우 사전 서면약정을 통해 납품업자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아 해당 상품의 판매업무에만 종사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자 양판점 하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하이마트에 파견돼 있는 판촉사원 50%는 삼성과 LG전자의 아웃소싱 직원”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관리직을 포함한 자사 직원 2300명과 제조사 판촉사원 800여명으로 26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전자랜드도 1400명 자사 직원에 600여명의 판촉사원을 두고 있다. 대형할인점인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가전매장별로 10여명의 판매직원을 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98%가 제조사가 파견한 판촉사원이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기도=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제조사들은 대부분의 매출을 판촉사원에게 의존한다. 판촉사원을 보낸 유통점에서는 자사 제품 판매율이 90%를 넘지만 그렇지 못한 점포는 10%를 밑도는 게 보통이다. 소비자가 매장 판촉사원이 권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동양매직 관계자는 “중소 전자제품 제조사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판촉사원을 파견하고 있다”며 “온라인을 제외한 오프라인 판매망이 한정돼 무리를 하더라도 파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동양매직, 웅진코웨이, 일렉트로룩스, 부방테크론, 노비타 등 중소가전업체는 평균 80∼200명의 판촉사원을 파견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제조사가 유통업체에서 파견인력을 철수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포에서 판촉사원을 철수시키고 싶지만 ‘갑’인 유통업체 눈치를 봐야 한다. 판촉사원을 무리하게 뺄 경우 자칫 수익을 내는 같은 유통회사의 다른 점포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진다.
한 매장당 한 명의 판촉사원을 파견하면 1인당 월평균 12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여기에 유통점 수수료 35%, 판촉비 등 5∼10% 등이 소모된다. 점포 가운데 20% 정도가 월평균 3000만원 정도를 팔아 겨우 수지타산을 맞추고 있다. 불경기 중소 제조업체의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유통사별 제조사 파견 판촉사원 현황 (단위: 명)
구분 점포 수 자사 직원 판촉사원
리빙프라자 260여 개 1800 이상 -
하이프라자 202개 1700 -
하이마트 260여 개 2300 800
전자랜드 102개 1400 600
이마트 119개 - 가전매장의 98%
홈플러스 113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