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 시장의 급격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주문형 대형 장비를 만드는 일부 공작기계 기업들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견 공작기계업체 한국공작기계와 한국정밀기계가 그 주인공이다. 양사는 올해 매출이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매출 목표도 올해 대비 50∼100%까지 높게 잡았다.
두 회사가 불황에도 잘 나가는 비결은 ‘친환경 발전’과 ‘초대형 선박’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덕분이다. 제품 구성 또한 1년전에 미리 주문하는 초대형 장비이거나 대당 가격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부가가치 장비들로 이뤄졌다.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이유다.
창원에 있는 한국공작기계(대표 류흥목)는 올들어 친환경 풍력발전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이 회사는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샤프트축을 깍는 초대형 선반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했다. 한국공작기계는 길이 8m의 풍력발전기 부품까지 거뜬히 가공하는 초대형 공작기계 덕분에 지난해 매출 500억원에서 올해 850억원 돌파를 기대했다.
경남 함안군의 한국정밀기계(대표 하종식)도 초대형 선박용 부품 가공 기계로 명성을 날린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인, 지름 11m의 프로펠러 날개면을 5축으로 가공하는 첨단 기계를 첫 개발, 선박엔진 프레임을 다듬는 플라노 밀러를 수출하는 등 앞선 기술력 덕택에 2010년까지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 이 회사 지난해 매출은 762억원이다. 올해 1300억원, 내년에도 두배 늘어난 2500억원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두 회사는 특화한 시장과 앞선 기술로 내년까지 탄탄대로가 보장되어 있지만 이후 경기 악화에도 철저히 대비했다. 한국공작기계는 최근 풍력발전 내수발주가 주춤하자 내년에는 신규 수출시장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국정밀기계는 국내 조선업계의 주문량 감소에 대응해 중국 조선시장에 수출을 늘리는 한편 풍력발전, 원자력발전 등 비조선 분야 부품매출을 내년에 40%로 올릴 계획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