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기본자기자본 11조 늘려라"

 금융당국이 은행과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됨에 따라 본격적인 관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8일 13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내년 초까지 기본자기자본을 11조원가량 늘리도록 주문하고, 주식 및 채권 등 자산가치 하락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보험사의 자본 확충을 권고했다. 특히 은행은 금감원의 기본자기자본 확대 주문에 따라 연말 배당을 최대한 억제하거나 적극적인 증자에 나서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책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에 내년 1월 말까지 기본자기자본비율을 9%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했다”며 “이를 위해 은행들이 11조원 가까이 기본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은행들의 기본자기자본비율은 평균 8.28%로 하나은행 7.43%, 우리은행 7.64%, 외환은행 8.31%, 신한은행 8.50%, 국민은행 9.17% 등이다. 이 비율을 9%로 높이기 위해서는 은행별로 최고 3조5000억원의 기본자본을 늘려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이 중 자기자본은 자본금 등 기본자기자본과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으로 구성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기본자기자본도 늘려야 실질적인 건전성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기본자본을 확충하려면 증자 또는 적정 수준의 배당을 하거나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리드 채권은 부채와 자기자본 성격이 혼합된 신종 자본증권으로, 채권처럼 매년 확정 이자를 지급하며 만기와 상환 의무가 없다.

 한편 주식과 채권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9월 말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진 보험사는 생명보험사 9곳, 손해보험사 6곳 등 모두 15곳이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로 제때 보험금을 줄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100% 아래로 떨어지면 금감원이 적기시정 조치를 내리고 150% 이하가 되면 통상 자본 확충을 권고한다. 150%가 넘으면 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다.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악화된 것은 금리의 고공행진과 주가 하락 때문이다. 보험사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채권에 운용하는데 금리 상승은 채권값의 하락을 의미해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