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이 주가를 미리 예측하는 역할보다는 새로운 추세로 움직이는 주가를 나중 추인하는 데 익숙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가가 경기에 선행해 움직이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분석은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이 ‘뒷북’치는 데 익숙하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8일 한국투자증권의 ‘2009년 기업실적과 관련된 논점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의 실적 추정치 변화가 주가에 후행하는 경향이 강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성적이 바뀔 조짐을 보이면 이 사실을 미리 시장에 알려 투자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은 그런 기능이 미약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지난해 10월 고점을 찍고 약세장이 시작됐지만 연구원들이 기업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8월부터였다”며 “대세하락이 시작된 이후 초기 9개월간 연구원들의 이익전망치는 오히려 상향조정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적추정치와 주가 변동속도의 상관관계와 관련 “강세장에서 연구원들의 실적 추정치 상향속도보다 주가 상승속도가 더 빠르면 시장을 조심스럽게 바라볼 필요가 있고, 약세장에서 실적 추정치 하향속도보다 주가하락 속도가 더 빠르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메리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증권사 연구원들의 기업 이익추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불만은 근거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연말에 발표된 증권사 보고서의 다음해 기업이익 추정치와 실제 실현이익을 비교해 본 결과, 과소추정이 3회, 과대추정 5회, 예상치와 실적치 차이가 5% 이내로 근접했던 사례는 2회로 각각 조사됐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