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 불황 극복을 위한 답을 물류 현장에서 찾았다. 반도체총괄은 온양 사업장과 중국 소주 사업장부터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판매법인까지 가는 길목 마다 RFID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최대반도체 시장인 미국에서 ‘1일 재고 시스템’을 구현했다. 유통되는 반도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창고 입출고 시간도 57% 이상 줄였다. 지난 2006년부터 구축해온 RFID 시스템 기반의 글로벌 공급망관리(SCM)를 잘 활용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의 가치는 특히 3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가격 하락에도 원가 경쟁력을 어느 정도 유지시켜 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RFID시스템을 구축·운영하기 전까지 미국 판매 법인에 도착한 반도체 박스는 미국 현지 근무 시간에 맞춰 입·출고됐다. 반도체 박스가 새벽 또는 자정에 미국 현지에 도착하면 당담 직원이 없어 창고 밖에 그냥 둬야 했다. 입고를 해도 창고 현장에서 박스를 찾는 작업시간이 2∼3 시간이 걸렸다.
통상 재고가 많으면 손해다. 요즘엔 판매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선 재고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물류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적지 않게 빠져나갔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이같은 비용을 줄이는 한편 창고에서 박스를 찾는 작업도 20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원가경쟁력도 덩달아 높아졌다. 반도체총괄의 한 관계자는 “RFID시스템을 활용한 물류관리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정확한 재고를 파악할 수 있어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반도체 원가 경쟁에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일 사내방송을 통해 방영한 12월 월례사에서 “힘들고 어려울수록 ‘심플 이즈 더 베스트(Simple is the best)’란 생각을 갖고 문제와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자”고 당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판매혁신그룹은 이미 실천하는 셈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