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LCD 패널 핵심 소재인 편광판용 ‘TAC’ 필름의 국산화에 성큼 다가섰다. 편광판용 TAC 필름은 일본 후지필름·코니카미놀타가 세계 시장을 독식하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으로, 국내 소재 산업 기반이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단일 품목으로만 올해 전세계 시장 규모가 13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편광판용 보상필름·표면처리필름 등 다른 소재 개발에도 파급 효과가 크다. 효성의 양산 가능성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최근 LCD 편광판용 TAC 필름 시제품을 내놓고 한 편광판 대기업과 샘플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이에 앞서 효성은 지난 2006년 독일 아그파의 필름 사업부를 인수한뒤 자본금 57억원에 ‘옵코’라는 현지법인을 설립, 편광판용 TAC 필름 개발에 착수했다. 포장재 위주 범용 필름 사업을 디스플레이용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한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효성 관계자는 “독일 현지법인에서 개발한 시제품 형태의 TAC 필름을 국내 고객사와 함께 테스트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 양산을 거론할만한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효성은 1300억원을 투입, 울산 용연 사업장에 연산 5000만㎡의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구축중이다. 모 대기업과 함께 양산성을 검증하면 내년 2분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STN-LCD급 제품부터 시작한뒤 단계적으로 TFT-LCD용 TAC 필름까지 양산한다는 구상이다.
LCD 패널의 편광판은 32인치 TV용 제품 기준으로 전체 원가의 10% 가까이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부품이다. 한때 일본계 업체들이 독식해왔지만 근래 LG화학·동우화인켐·제일모직(에이스디지텍) 등이 속속 양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국산 편광판의 탑재가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편광판용 TAC 필름은 여전히 국산화율 ‘제로’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편광판을 구성하는 전체 재료비의 40%에 달한다. TAC 필름 기술 의존도가 높은 보상필름·표면처리필름 등의 파급 효과까지 감안하면 편광판 전체 재료비의 80% 이상을 좌우한다. TAC 필름 관련 특허 기술의 절반 정도를 일본 후지가 보유했다. 편광판 업체 관계자는 “현재 후지와 코니카가 TAC 필름을 독점하는 탓에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품목이자 가장 비싼 재료”라며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LCD 산업 경쟁력을 위해 국산화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LCD용 TAC 필름 개발’을 국책 과제로 선정, 오는 2010년까지 총 94억원을 투입해 민관 공동의 연구 개발을 진행중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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