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위축으로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1월 정부는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4% 안팎을 제시했으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어려울 것이라는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발표될 경제운용방향 발표를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성장률 목표를 6%대로 제시했다가 경기위축으로 4% 후반대로 내려 체면을 구겼던 정부로서는 국내외 각 기관이 내년 전망치를 3% 초반으로 내리고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까지 전망하고 있어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본지 11월 21일 16면, 11월 26일 17면 참조
아직까지 정부는 지난달 국회에 내년 예산수정안을 내면서 제시한 4%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경기 하강속도가 빠른 것이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대외여건도 계속 안좋아지고 있어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오던 수출은 이미 지난 11월 18.3%(전년 동월비) 급감하면서 2001년 12월 20.4%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커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내년에도 이런 침체가 이어져 수출은 4900억 달러로 올해 대비 한 자릿 수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정부 전망치가 제시되면서 수출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및 국내 기관들의 내년 전망치는 회색빛 일색이다. JP모건은 1.5%, 메릴린치 1.5%, 스탠다드차타드 1.4%, 바클레이스 1.0%로 ‘1%대’라는 혹독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UBS는 마이너스 3.0%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 기관 가운데 삼성증권은 이달 초 내놓은 ‘2009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0.2%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금융기관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것은 처음이다. SK경영연구소 역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으며 한국경제연구원이 2.4%를 내놨다. 이밖에 삼성경제연구소는 3.2%, KDI 3.3%, LG경제연구원 3.6%, 현대경제연구원 3.1%, 금융연구원 3.4% 등이다.
한국은행도 당초 9일로 잡혀 있던 ‘2009년 경제전망’ 발표를 오는 12일로 연기했다. 11일 예정된 금통위의 금리결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 연기는 한은의 전망치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망치가 1%대로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 역시 경기 하강 속도가 너무 빨라 현 상황에서 전망치를 내놓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성장률 수치를 조정한다면 3% 중반대의 성장률 수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각 기관이 제시한 객관적인 수치인 2% 후반∼3% 초반에다 경기 부양조치를 고려한다면 3%중반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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