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사안 하나를 잊은 채 올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지난달 초 발행된 타임지에 선정된 올해 최고의 발명품 50선 가운데 세 가지가 이것이었다. 이미 발명품 수준을 넘어 선진국들이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것. 바로 전기자동차다.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 추세는 전 산업에 걸친 체질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사활이 걸린 당면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이 개발되고 있다.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수소연료전지차가 유력하지만 당장은 주재료인 수소와 백금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기존의 차량을 대체할 것으로 주목받는 것이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다. 무엇보다 완전 무공해에 내연기관에 비해 180% 증가된 효율을 보여주는 전기자동차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는 전기자동차 개발을 위해 자동차메이커는 물론이고 범정부 차원의 상용화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전기자동차는 소외된 분야다. 현대기아차는 배터리 가격의 경제성과 충전인프라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아직 전기자동차 개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일부 시범 사업 정도로 가능성만 타진할 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과연 전기자동차를 위한 배터리와 충전인프라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가. 전문가들의 시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전기자동차에 대한 업계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예상치 못한 경기 불황과 산업 환경 변화로 자동차업계가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우리의 IT와 자동차 기술을 결합한 완성도 높은 전기자동차의 개발을 한번쯤 고민해 볼 시기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