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 `오바마특수`는 없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신뉴딜 정책인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투자가 우리나라 전선 업계에 미칠 특수는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전망이다. 구축 주체인 미국 통신사업자가 현지 업체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전선업체가 현지 거래선 및 유통망 구축이 확고하지 않아 특수를 잡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가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진행하더라도 광케이블·광소재 시장에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우리 업체들이 진입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전선과 LS전선 등은 미국에 현지법인 등을 두고 있지만 그간 수요가 침체됐다는 점을 들어 거래처 확보나 유통망 확충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망 구축의 주체인 미국 통신사업자들은 현지 전선 업체를 선호한다. 현지의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우리 전선 업계는 광케이블 시장에 거의 진입하지 못한 채 광섬유 매출만 일부 내는 형편이다. LS전선은 광케이블 매출에서 아시아 50%, 유럽 35%, 남미 10% 등이 차지하며 미국 시장 매출을 기타로 분류할 정도다. 미국 시장 수출 매출은 5%도 채 안될 정도로 미미하다. LS전선 관계자는 “미국에서 광섬유 매출만 일부 낸다”며 “내년 미국 시장에서 광섬유 부분서만 약 10% 가량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력인 미국 광케이블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LS전선은 그나마 지난 8월 인수한 북미 최대의 통신케이블 구축 업체인 수페리어 에식스(Superior Essex)사라고 기댈 곳이 있다. 일단 수페리어에식스를 우회에 미국 광케이블 시장 개척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구매 결정권을 쥔 현지 통신사업자를 얼마나 설득할 지가 관건이다.

대한전선도 내년 미국 시장에서 광케이블 매출 특수를 노리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회사도 내심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미국 뉴욕에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판매 활동에 들어갔지만 올해 광케이블 및 광소재 현지 매출은 500만 달러를 밑돈다. 지난해 광케이블·광소재 전체 수출의 10%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 광통신부품 규격인 ‘텔코디아’ 인증을 획득한 만큼 미국 시장 진입의 기본 여건을 갖췄다”며 “기술력 등을 통해 미국 시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을 넘겠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