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다목적 실용위성 3호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H-2A로켓에 의해 쏘아올려질 것이 유력해지면서 이미 선진국 기술 수준에 진입했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발사체 기술력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번 미쓰비시의 한국 실용위성 발사를 관련 세계 시장 진입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등 일본의 대외적인 첫 시험무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 내에서 발사체 연구는 미쓰비시중공업과 닛산자동차, 이시키와지마하리마중공업 등이 진행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주도권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쥐고 있다. 일본 정부의 실용위성용 발사체 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우주개발사업단의 주 계약업체기 때문에 대부분의 발주 물량을 독점하고 있다.
◇미쓰비시 발사성공률 92.9%=지난 2001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열 네 번 발사해 열 세 번 성공했다. 발사 성공률은 92.9%로 최대 4800㎏을 685㎞ 태양동기까지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H-2A’의 길이는 53m, 지름 4m로 1, 2단이 모두 액체추진제를 쓴다. 또 보조 고체 모터도 장착하고 있다. 1년에 최다 5개의 ‘H-2A’ 제작이 가능하다. 만약 다목적실용위성 3호 발사가 미쓰비시로 결정된다면 부위성으로 이 발사체에 탑재된다.
미쓰비시는 연간 한두 번 발사체를 쏘아 올리고 있으며, 종업원 1000여명이 우주 특히, 발사체 부문에 근무하고 있다. 발사체는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요시노부 발사장에서 올려 보내고 있다.
◇일본이 발사체에 매달리는 이유=일본이 발사체 개발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은 군사적 방어전략 때문이다. 일본이 현재 보유한 우주로켓과 로켓기술만으로도 1만㎞ 이상을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이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로켓 박사 채연석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의 언급에 따르면 “H-2A는 일본이 세계 우주발사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만든 상업용 우주로켓”이라며 “H-2A가 미사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복잡한 우주로켓이지만 H-2A의 고체 추진제 추력 보강용 로켓만으로도 ICBM의 1단 로켓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크기”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항공우주업계는 유럽과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발사체 시장에 일본이 공개경쟁에 나서겠다는 실질적인 선전포고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나 우리나라 등 신흥시장에 눈을 돌려 저가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실용위성 3호 70㎝ 해상도=지난 10월 발사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달 계약을 완료할 예정인 다목적실용위성 3호는 저궤도 관측위성을 이용한 고정밀 영상활용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영상은 다목적실용위성 2호의 1m보다 뛰어난 70㎝급 해상도(70㎝ 물체가 점으로 표시됨)에 500기가비트(Gb)급 위성영상처리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다중목표·입체촬영 고속기동 자세제어 기술 개발과 위성체계 성능검증 기술 등이 이루어진다.
또 지식재산권으로는 ‘전자광학 카메라 광학모듈 조립장치’ 분야 등에서 5건의 국내·외 특허 출원, SCI 논문 ‘고정밀 지구관측위성 초기운영 결과’ 등 논문 2건, ‘위성 체계 종합성능 시험용 프로그램’ 등 5건을 등록해 놨다.
이 위성은 주로 국가 수요과 국토관리에 필요한 지리정보시스템(GIS) 구축 및 환경, 농업, 해양관련분야에 활용할 방침이다. 또 위성 판매를 통한 상용화가 추진되며, 이를 통한 우주 기반기술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사체 개발 발자취
일본의 우주산업은 1955년 도쿄대학교의 생산 기술연구소에서 제작된 ‘연필로켓’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로켓연구 허가는 1954년 맥아더 사령부가 내줬다.
이 ‘연필 로켓’은 미국과 일본 사이의 태평양을 비행할 목적으로 설계됐으며, 지름 1.8㎝, 길이 23㎝, 무게 175g으로 최근 활성화돼 있는 액체 추진제 대신 무기용으로 활용 가능한 고체 추진제를 연료로 사용했다. 이 ‘연필로켓’은 총 29기가 만들어져 고도 1㎞를 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개발한 발사체가 1m 길이의 일명 ‘베이비 로켓’이다. 이는 1955년 36기가 고도 6㎞ 상공까지 발사됐다. 이어 개발한 ‘카파로켓’에 이어 ‘오메가’가 100㎞ 상공을 비행했다.
일본의 발사체 본격 연구는 1965년 도쿄 대학 생산기술 연구소와 로켓 연구팀, 도쿄 대학 항공연구소가 통합된 우주항공연구소가 발족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1975년 최신형 소형 과학관측 로켓인 ‘S-310’을 발사하고, 1980년에는 ‘S-520’ 과학 관측로켓을 성공했다.
1981년에는 도쿄 대학 부설 연구소였던 항공우주연구소가 문부성의 독립적인 우주과학연구소(ISAS)로 재발족하고, 또한 실용적 위성개발을 목적으로 발족된 우주개발사업단(NASDA)에서도 TR-1 로켓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994년 정지궤도 발사체인 H-2 발사체 발사 성공을 계기로 일본은 현재까지 대략 1500여기의 발사체를 생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ICA 최흥식 사무총장 인터뷰
“우주관련 재단이나 포럼을 만들어 우주 메카로서의 정책과 장학 사업,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 등을 지속 진행하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내년 대전에서 열리는 2009 대전국제우주대회(IAC) 조직위원회를 총괄하고 있는 최흥식 사무총장은 “전국우주소년단을 지원하고 미래 과학인을 발굴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매년 대전시가 전국행사로 이어가는 축제화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대전이 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한국의 IT의 집적지임에는 틀림없지만 우주관련 산업이 부실한 것 또한 사실”이라며 “이에 IAC 2009가 ‘한국의 NASA(미항공우주국)’를 육성할 역량을 갖추어가는 기폭제로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무총장은 한국판 NASA에 대해 미국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미국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에 1961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설립되면서 도시 전체가 우주의 전진기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항공우주산업의 선봉장이 됐습니다. 특히 올랜도는 케네디 우주센터,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으로 도시 전체가 우주상상 체험형 레저관광도시로 브랜드화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최 사무총장은 “우주산업이야말로 ‘선진국형 미래산업’”이라며 “올해 한국 첫 우주인 탄생과 내년 소형위성발사체 발사에 이어 10월 국제우주대회까지 이어지는 이벤트가 우주에 대한 대국민 붐 업을 일으킬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우주산업과 관련한 국제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수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위성이 GPS나 내비게이션, MTB, 모바일, 원격조정 트랙터의 산업을 이끌어냈듯 1000억달러 이상의 우주관련 시장에 진출할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최 사무총장은 국제적인 행사를 치를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NASA나 영국 국립우주센터(BNSC), 일본우주청(JAXA), 이탈리아 우주국(ASI) 등을 비롯한 아스트리움, 서레이 새터릿 등 20여개 해외 기관과 기업의 참여 약속도 받아냈다.
정부 예산도 추가로 마련했다. 국비 9억원에 특별교부세 등 20억원이 추가 지원된다. 후원기관만 교육과학기술부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7개나 된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부가 지방행사로 치부했으나 최근들어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최 사무총장의 시각이다.
한편 최 사무총장은 한국외대를 나와 프랑스 파리법대서 박사학위를 땄다. 지난 1972년 외무부에 들어가 보스턴 영사와 주호놀루루 총영사,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