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도 훌륭한 IT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산학연관의 협력 속에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이야말로 지역 발전과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희망을 안겨주는 기업이지 않겠습니까?”
지난 달 지역 중소 IT기업 CEO로 어찌보면 의외의 첫발을 내민 ‘현대가 3세’ 정대선 BS&C 사장(32). 이제 막 대표 취임 한 달을 넘긴 그는 대화 내용뿐 아니라 어투와 눈빛에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굳이 서울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열악하다는 지역에서 한 번 승부를 걸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말에서는 ‘불도저 기업’을 연상케하는 현대가의 이미지도 떠올랐다. 스스럼없이 그는 “임직원의 사기가 높고, 주위의 관심과 기대가 큰 만큼 이에 부응해 세계적인 IT기업을 만들어 갈 것”이라 말했다.
서울로의 본사 이전에 대한 지역 IT업계의 우려에 대해 그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본사 이전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사항입니다. 전국적인 마케팅 차원에서 사무소 정도는 차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약속합니다. BS&C의 본사는 부산이고 회사가 존재하는 한 부산 기업으로 남을 겁니다.”
정 사장의 패기에 찬 모습은 단지 그가 지닌 백그라운드와 젊은 나이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결혼 후 꼬리표처럼 붙은 ‘아나운서 노현정의 남편’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경영인의 피가 흐르는 청년 사업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그만의 내면적 욕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늘 따라다닌 유명 연예인의 남편이니 재벌가 3세라는 피상적 이미지가 아닌 도전하는 사업가로서의 제가 가진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IT기업 CEO로서 출발은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다. 그는 “CEO가 왜 외롭다고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모든 임직원의 의견을 경청해 아우르면서도 결국에는 가장 합리적이고 냉정한 결론을 찾아 결단을 내려야 하는, 마지막 판단의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유학을 마치고 창원 BNG스틸에서 직원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며 현장 경험을 쌓은 것이 현재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그는 “당시 저를 현장으로 보내 주신 큰아버지와 주변분들의 혜안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조직을 정비하고 인력을 충원하면서 내부 임직원들의 사기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일단 우리 강점을 유지·확대해가며 IT융합 분야에서 내공을 키워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부산시와 산하 공기관, 지역IT기업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신뢰를 보내주십시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