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업계에서 가장 먼저 지도 서비스에 나선 것은 야후였다. 2004년 ‘야후 거기’ 서비스는 2차원의 단순한 그림에 지도 정보를 제공해주는 수준이었다. 주소나 건물명을 입력하면 지도에 표시해주거나 강남역 주변의 맛집 찾기와 같이 검색을 보조해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지도가 단순 정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구글맵이 화제를 모으면서부터다. 2005년 미국 부동산업체인 하우징맵스가 구글의 지도를 활용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와 지도가 융합하고 있다. 여행 업체가 여행 상품을 직접 지도에서 선보이거나, 부동산 업체가 매물 정보 및 전국 집값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게 대표적이다. 공공기관에서 지도를 활용, 대민 서비스에 나서는 사례도 잇따라 나타났다.
◇지도로 대민서비스까지=미국의 펜실베이니아주는 남북전쟁이 발발한 장소로 구글 어스를 활용, 전 세계 어디서든 남북전쟁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수익을 올린다. 조지아주는 성폭력범의 위치 정보를 지도를 통해 제공한다. 디지털 지도가 단순한 정보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와 콘텐츠 제작이 일어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속속 입증된 것이다.
검색업체나 포털업체들이 무료로 지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앞다퉈 공개하는 속내도 여기에 있다.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 DB를 구축하고 위치기반서비스(LBS)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지도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업체들이 이제 막대한 돈을 들여 고해상 항공 및 위성 사진을 경쟁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는 더 좋은 지도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더 좋은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으로 읽어야 한다.
◇수익모델 창출도 다양=다음은 막대한 돈을 들여 구축한 고해상도 항공지도의 API를 공개할 계획이다. 항공지도를 통한 직접적인 수익은 기대하고 있지 않고 이를 통해 파생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위성항법장치(GIS), 텔레매틱스, LBS와 같은 공간정보 시장에 접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로버트 업햄 야후 지오팀 디렉터 역시 e메일 인터뷰에서 “야후 지도 서비스의 비전은 온오프라인을 연결해 전 세계 사용자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최종 목적지이자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의 플랫폼화를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치 정보에 대한 이용자의 욕구가 무한하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로 구글, 야후의 지도 API를 이용한 서비스 개발은 매우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매시업 포털인 프로그래머블 웹에 등록된 콘텐츠 3530개(지난 7일 기준)의 절반 이상인 1803개가 지도 API를 활용한 서비스다. 지도는 정보를 시각화해 보여주기 때문에 더 높은 검색 만족도를 제공한다.
◇모바일 인터넷에서 위상 확립=전문가들은 모바일 인터넷이 활성화되면 지도는 킬러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굳힐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이동경로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컴스코어 엠:메트릭스’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모바일 지도 서비스의 이용률이 미국에서는 82%, 유럽에서는 49% 성장했다.
애플 아이폰에 구글맵을 탑재해 주변 피자집 정보와 전화걸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등장하는가 하면, 위키튜드 AR트래블가이드는 G1폰에서 주변 화면을 찍어 올리기만 하면 해당 정보를 제공해주는 지도 활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손경완 다음 CPO는 “지도는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서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특히 손안의 PC인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활성화한다면 모바일 플랫폼으로서의 지도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