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일기
이현덕 지음, 운주사 펴냄.
사찰은 육지 속의 ‘섬’과 같은 곳이다. 세상의 풍파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나 그자리에서 모든 것을 포용하는 넉넉한 공간이다. 삶의 무게로 지친 사람들이 의지하는 영혼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이 책은 퇴직 후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 한 언론인이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떠난 산사에서의 생활과 그곳에서 찾은 평안과 무심의 세계를 그린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10여년 전 첫 인연이 자리한 가야산 자락의 길상암을 찾는다. 당대 최고의 염불승으로 염불과 참선, 자비행을 실천하다 열반에 든 명진 스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불교성지로, 그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면서 무너져 내린 몸과 마음을 추수르기 위해 여름 한 철을 지낸 곳이다. 2008년 언론사 퇴직 후 다시 찾은 길상암과의 인연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마음공부로 이어진다.
새로운 마음처를 찾아 떠난 암자여행에서 그는 가야산 솔바람 속에 묻혀 살다간 성철 스님과 영암 스님 등 큰 스님들의 향기에 취하기도 하고, 때론 세상사와 단절이 던져주는 한가함을 즐기기도 한다. 새벽 예불의 장엄함과 속세를 떠난 스님들의 치열하면서도 청정한 수행자세 등 고요와 벗삼는 암자의 일상과 자신의 생활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담백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세상사에서 한 발 비켜 선 두 번의 암자생활을 통해 그는 자신이 짊어지고 있던 집착과 굴레를 벗어 던진다. 그렇게 비우고 버려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암자를 떠나온다. 인생 2막의 출발선으로. 8500원.
◇진정한변화
뉴트 깅리치 지음, 김수진·김혜진 옮김, 지상사 펴냄.
‘미국은 왜 오바마를 선택했는가’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변화를 갈망하는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탁상공론만 펼치는 정치인들과 국가가 직면한 위기를 깨닫지 못하는 정부에 신물이 난 미국인들은 대선을 앞두고 이 책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연방하원 의장으로서 의회와 정부 내에 팽배한 관료주의의 무능과 비효율, 부정부패를 직접 목격한 저자는 타성에 젖은 구호로서의 변화가 아니라 진정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책에는 사회보장기금을 유용하는 연방정부, 의료보장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의 비리, 기업을 내쫓는 각종 규제와 소송 등 세계 최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이 어떻게 속으로 썩어 들어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써내려 간다. 이 같은 내용은 비슷한 모순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권과 공무원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지난 1994년 선거에서 ‘미국과의 계약’을 주창함으로써, 공화당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가장 미국적인 인물이 미국의 가장 감추고 싶은 치부들을 파헤쳤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이 아마존 45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를 이유는 충분했다. 1만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