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게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능성게임 포럼 세미나’가 상암동 문화콘텐츠센터에서 지난 10일 개최됐다. 전자신문과 문화체육관광부 및 KAIST가 기능성게임 융합시대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자는 취지로 지난 7월 발족한 ‘기능성게임 포럼’이 기능성게임 발전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공개 세미나였다.
‘기능성게임 글로벌 동향과 국내 기능성게임 발전전략’을 주제로 진행한 패널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기능성게임의 필요성에 한결같이 공감하면서도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정은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 이관민 USC 교수, 김주영 NC소프트 팀장, 김경식 호서대 교수, 오수잔나 게임스포체인지(Games for Change) 한국지부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미국의 기능성게임 관련 단체인 ‘게임스포체인지’ 관계자 및 UN 산하 세계식량계획(WFP:World Food Program) 관계자가 참여, 세계 각국에서의 기능성게임 사례와 이날 국내에 출시한 기능성게임 ‘푸드포스’를 소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정은 교수=의료·헬스 분야에서는 유비쿼터스 병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병원이 집으로 들어오는 ‘치료+건강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분야의 기능성게임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을 통해 조사해봤다. 그 결과 150개 정도의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절반은 ‘치료+의료’고, 나머지 절반은 ‘헬스’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플랫폼별로는 온라인과 PC가 각각 절반을 차지했고, 소아·당뇨병 환자 위한 게임이나 수술 시뮬레이션 게임 등이 많았다.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인 분야는 ‘건강’이었다.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게임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특성이 ‘재미’뿐 아니라 ‘경쟁심’과 ‘몰입’ ‘중독’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의료·헬스 분과에서는 이 같은 역기능을 해소하고 순기능을 살리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 밖에 시장의 요구를 듣는 기회 및 공공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정책·R&D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많았다.
◇이관민 교수=상업적인 성공 모델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콘솔게임은 이미 레드오션임에도 MS와 소니가 엄청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닌텐도는 말없이 준비, 교육용 게임으로 크게 성장했다. 기능성게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많은 사례와 이슈를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특정 사례에 종속되기보다는 게임에 대한 구성요소를 분석하고 분야별로 독립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사례와 게임에 관계없이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어야 한다.
◇김주영 팀장=엔씨소프트는 이미 ‘리니지’나 ‘아이온’ 등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임이 있다. ‘푸드포스’나 ‘마법천자문’ 등 기능성게임에 관심을 두는 것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특히 ‘마법천자문’은 한자 학습을 어떻게 게임화할 것인지 실험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품질은 물론이고 완성도가 높은 게임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일단은 교육 효과를 중심으로 다양한 탐구 목적이 더 크다.
◇김경식 교수=다양한 분야에서 게임을 활용하는 연구가 확산돼야 한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와 게임의 긍정적 측면 또는 효과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향이 요구된다. 또 기능성게임의 효과성를 평가할 과학적 모델도 연구 대상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의 결합은 물론이고 정부와 지자체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오수잔나 한국지부장=기능성게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기능성게임의 단순 번역에서 벗어나 지역적이고 국가별 현안에 맞춘 수정 전략이 필요하다. 현안에 대한 게임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사교육 시장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공교육에서의 역할도 있다. 기능성게임의 효과를 바탕으로 교육의 질적인 차이를 게임을 활용해 극복할 수 있다.
<주제발표>
“모든 매체의 첫인상은 ‘두려움’이었다.”
오수잔나 게임스포체인지(Games for Change) 한국지부장
게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두려움(fear)이다.
중독성·폭력성 등에 대한 우려가 많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거치는 동일한 과정에 불과하다.
글자가 처음 나온 BC 360년 플라토(Plato)는 ‘글을 읽으면 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고, 책이 처음 나왔을 때도 볼테르는 ‘대중을 우매하게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소설에 대한 새뮤얼 뮐러의 반응도 ‘지적·도덕적으로 상처입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1949년 영화가 등장했을 당시 뉴욕타임스의 평가는 ‘어린이의 창의적 능력과 스스로 처리하는 능력 등을 뺏길 것’이라고 평가했고, TV는 초기에 ‘바보상자’로 불렸다. 사실 1906년에 나온 ‘Ned Kelly’s gang’ 같은 영화는 한 시간 내내 서로 죽이는 영화였고, TV에서는 복싱 등 싸우는 콘텐츠 일색이었다.
인터넷(웹)은 ‘저질’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됐고, 초기 비디오게임 역시 서로 싸우고 죽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게임은 아직 젊은 매체다. 이미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고, 그 가능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서라면 실패한다 해도 무리없이 넘어갈 수 있다.
기능성게임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가 게임스포체인지에서도 노력하고 있는 숙제다.
◆ 인터뷰(신시아존스 WFP 아시아지역 대표)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에서의 구호활동은 매우 어렵습니다. 24시간 내에 식량지원 등을 해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요. 하지만 뉴스에서만 접한 이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점에서 ‘푸드포스(Food Force)’는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과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합니다.”
신시아 존스 UN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지역 대표는 ‘푸드포스’라는 기능성게임의 효과로 WFP의 활동상 및 세계 기아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푸드포스를 통해 이용자들이 WFP의 활동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재난이 발생했을 때 WFP 홈페이지를 찾아 신고 또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발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등의 부수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WFP는 각국 정부 및 기업의 지원을 받아 매년 전 세계적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9000만명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비영리 인도지원단체”라고 소개한 뒤 “이번 엔씨소프트의 한글판 제작 지원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엔씨처럼 파워풀한 한국 게임기업과 연계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