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위작 논란과 관련해 미술계가 우려했던 부분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박 화백 작품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훼손되면서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 박 화백의 다른 작품들도 위작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호당 3억∼5억원대를 유지하던 박 화백의 작품은 올 하반기 들어서 1억∼2억원대로 급락했다.
하반기 경매시장에 출품된 박 화백의 작품 4점 중 3점이 유찰됨에 따라 경매회사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K옥션은 지난 10일 메이저 경매에서 박 화백의 작품을 아예 내놓지 않았고, 16일 경매를 진행하는 서울옥션도 박 화백 작품은 출품하지 않을 방침이다. 과거 이중섭 화백 작품이 위작 파문에 휘말려 미술 시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미술시장의 최고 블루칩으로 꼽히던 박 화백의 작품이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은 ‘메가톤급 악재’와 다름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화랑가에 두텁게 형성돼 있던 박 화백 작품 매수세가 얇아지면서 다른 고가의 미술품 거래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화원, 미인도 등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미술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신윤복의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마저 최근 경매에서 유찰되고 말았다. 미술품 경매사인 K옥션은 지난 10일 실시한 ‘12월 메이저 경매’에서 전체 출품작 136점 중 71점만 낙찰돼 낙찰률이 52%에 그쳤다. 총낙찰액도 10억5200만원에 그쳐 지난 9월 73억원에 비해 초라한 실적을 거뒀다.
K옥션 측은 “총낙찰액은 출품작이 줄었던 영향이 크지만 낙찰률 하락은 미술시장의 침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옥션의 미술품 낙찰률은 올해 3월 80%에서 6월 70%, 9월 61% 등 매 분기마다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