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 법원에 구글어스 사용을 금지하는 탄원서가 제출됐다. 구글어스 위성 사진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인도 뭄바이 테러 계획에 사용됐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테러범은 위성사진을 이용, 뭄바이 시내의 거리와 표적지를 익혔으며 정교한 위성항법장치(GPS)로 해외에서 인도로 침투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만 해도 군인, 정보 요원 등 특수업무 직종 근무자만 취급할 수 있었던 정교한 위성지도를 누구나 무료로 가질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지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먼저 국토 보안 문제다. 해상도가 또렷한 위성사진으로 인해 군사시설물 보호가 어렵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제기됐다. 올 초 미국 국방부는 구글 측에 구글이 서비스 중인 미국 30개 도시의 지상 모습과 거리 동영상 사진 서비스 이미지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나라 국방부와 국가정보원도 군사 시설이나 기반 시설을 노출할 수 없도록 하거나 보정 처리를 하는 등 강력히 규제했다.
지도의 해외 반출 문제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구글·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은 디지털 지도의 국외 반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법은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고려, 불허했다. 이런 논란 때문에 구글맵의 한국 버전 서비스는 1년 이상 지연됐다. 산업의 발전과 국토 보안 사이에서 해외 기업과 어느 수준으로 지도를 공유할지의 문제는 공청회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측량법, 국가지리정보의 구축 및 활용에 관한 법률, 국가지리정보보안관리 규정, 군사기밀보호법, 관광기본법 등 다양한 규정을 손봐야 한다.
무엇보다 지도의 사생활 침해 문제는 인터넷 업계에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혼자 사는 할머니의 집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동영상 지도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일본은 구글 스트리트뷰 서비스로 온 사회가 들썩거렸다. 스트리트뷰는 360도 회전 카메라로 거리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실사 지도 서비스다. 경찰관에게 검문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다투고 있는 듯한 남녀 사진도 볼 수 있다. 인터넷 상에는 ‘화제의 사진’만 모아 놓은 사이트가 생겼다.
다음이 삼아항업과 손잡고 선보인 항공사진도 문제가 됐다. 이 회사는 구글맵스보다 뛰어난 50㎝급 항공사진을 제공한다. 다음은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사진에 나오는 사람 얼굴과 자동차 번호를 일일이 지우기도 했다.
디지털 지도가 정교해지고 다양한 IT기기와 결합해 위력을 발휘하면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과 결합한 위치기반서비스(LBS)는 독거노인이나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거나, 어린이 유괴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LBS는 신원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개개인의 동선을 파악하는 수단이 된다. LBS 이용자가 과도한 마케팅의 표적이 되거나, 각종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산업정책 측면에서는 중복 투자와 관련 법률 부재 등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국토지리정보원·산림청·농촌진흥청·국립해양조사원 등이 제각각 공중모니터링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해 예산 낭비가 적지 않다. 또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 다른 정책 기준을 갖고 있다. 정작 공간 정보와 IT산업이 급속히 융합되는 데 필요한 근거법이 없어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근 공간정보산업진흥법이 만들어지는 등 이 문제에 관한 정부의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공간정보산업진흥법은 측량업, 위성영상 획득처리업, 위치기반서비스업, 공간정보 SW 개발업, u시티 등의 제품 및 서비스 표준이 마련돼 디지털 지도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조명희 한국지리정보학회장은 “디지털 지도 정보는 산불과 같은 각종 재해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등 적극적인 방재 역할도 하지만, 21세기 날로 증가하는 테러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면서 “디지털 지도 산업을 2011년까지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황금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각종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차원에서 검토하고 국가적인 차원의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