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U 선정서 소외된 IT

 교육과학기술부의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 선정을 두고 각 대학 IT 관련 학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WCU 1차 선정에서는 IT 관련 2개 학과만 선정돼 5% 미만의 선정률을 보인 데 이어 오는 15일 결정되는 2차 선정에서도 희망이 없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차는 IT 분야에 유독 불리하다고 지적됐던 논문 양적 평가와 교수 초빙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애초 계획됐던 예산도 국회를 거치면서 대폭 줄어 WCU에서 IT학과 전멸 사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WCU 1차 선정결과, 총 52개 과제 중 생명·나노공학 등과 융합해 사업에 참여한 IT 관련 연구를 제외하고 순수 IT 분야는 인쇄전자 분야와 정보전자 분야 단 2개 학과뿐이었다. 채택률이 5%도 안 되는 셈이다. 그래서 당시 IT학과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IT분야가 국내 총생산(GDP)의 16%와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WCU 선정에서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A대학 모 교수는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만든다면서 세계 수준에 가까이 있는 IT 분야를 소외시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비난이 일자 교과부는 2차 때는 1차에서 미진했던 부문을 보충해 사업공고를 내겠다고 했고 지난 8일 오후 한양대에서 WCU 2차 사업 공청회를 열었다. 교과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2차 사업계획 시안을 발표했는데 1차에서 문제가 됐던 논문 중복게재에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신설했으며 정량 평가를 대폭 축소했다. 하지만, IT학계에서는 1차 때와 별반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B대학 모 교수는 “IT 분야는 생명공학이나 에너지 분야에 비해 저널 수가 적을 뿐 아니라 기술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논문이 많이 나올 수가 없다”며 “게다가 심사에서 인용지수(citation)가 제일 많이 차지하는데 인용지수가 높아봐야 2에 불과하고 반면에 바이오는 5가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질적평가를 한다고 해도 융·복합과를 만들어 지원하는 사업의 특성상 성격이 다른 학문끼리 같은 심사 조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과학기술 논문 인용색인(SCI)급 논문 편수를 따져 우열을 가리는 식의 평가 방식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학계에서는 IT 분야는 우수 인재가 학교보다는 기업에 주로 포진해 있어 채용 비용이 다소 높다는 점과 기업 내부 보고서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돼 논문이 많지 않아 실제로 WCU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C대학의 한 교수는 “유수 IT 기업에서 일하는 세계 최고 석학을 국내로 초빙, 연구 수준을 높이자고는 하지만 교과부가 제시한 비용이나 평가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대해 교과부 측은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공정하게 평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예산이 줄어 더 고민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