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12일 내년 GDP 성장률이 2.0%에 그쳐 외환위기 때인 1998년(-6.9%)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수출도 세계경기 둔화로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한은의 설명이다.
이같은 저성장 기조와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이 함께 이뤄지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과감한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칫 구조조정에 매몰되어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IMF시절을 교과서 삼아 ‘교각살우’하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지금의 금융 위기보다 조만간 닥칠 실물경기 침체가 더 걱정된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이 시급하며 고용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경우에도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2011년까지 GDP의 3.5∼7% 수준인 5000억∼1조달러의 재정을, 중국은 2010년까지 GDP의 10%인 2조5000억위안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올해와 내년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과 감세규모는 35조6000억원 달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수준이다. 2010년 20조원, 2011년 23조원을 포함한다면 올해부터 2011년까지 재정투입 규모는 모두 79조원에 달한다.
경기부양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부문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고 있지만 ‘IT 뉴딜’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IT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대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과감한 기업퇴출과 함께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사냥에 대해서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외환위기시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해 국내 기업을 외국에 무작위로 매각하면서 산업기반이 흔들린 경험이 있다. 최근에도 해외자본의 국내 기업 사냥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기업가치 추락에 따른 경영권 위협가능성 고조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시기는 원화가치와 기업실적이 바닥을 찍는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벤처캐피털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는 벤처들은 외국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이같은 벤처에 대한 연구개발 자금 지원과 세제지원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