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종주국 위상---(1) 시장 규모과 역할 축소

온라인게임 `중심지"에서 `변방"으로의 전락

21세기 디지털 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게임 시장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온라인게임의 등장이 그것이다. 초기에는 기존 콘솔과 PC 패키지 게임이 주도했던 틈바구니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던 온라인게임은 컴퓨터가 보편화 되고 초고속 인터넷망이 확산되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EA, 블리자드, 액티비전, 코에이, 미식 등 내노라하는 글로벌 게임기업들 마저 온라인게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EA는 아예 대놓고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온라인게임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2000년 중반까지도 대한민국이라는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에서 만들어지고 활성화된, 지역 상품쯤으로 취급된 온라인게임이 차세대 먹거리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불과 10여년만에 한국인에 의해 고안된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만과 자기 발전의 노력 부족으로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중심에 서 있던 대한민국 시장이 이제는 변방으로 여겨지고 있음은 물론 ‘메이드 인 코리아’를 등에 업은 콘텐츠 마저 세계 시장에서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한국은 종주국이라는 이름만을 남긴, 이 빠진 호랑이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있다.

#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 첫 관문=한국 ‘NO’

지금까지 해외 유명 게임업체들은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에 있어 한국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여겨왔다. 초고속 인터넷망과 PC방이라는 훌륭한 인프라를 갖춘 최고 시험무대이거니와 유저 역시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최고의 테스터로 한국에서의 실패는 곧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다.

특히 중국, 대만, 태국 등 온라인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시아 시장 진출의 최적의 테스트베드로 여겨졌다.과거 세계 최고의 게임기업 EA는 지난 2004년 12월 ‘메달 오브 아너’의 온라인버전을 테스트했고, 게임포털을 준비한 것이 이같은 이유에서 였다.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 시리즈로 유명한 블리자드 역시 첫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론칭에 있어 한국을 시험무대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직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최고의 시험무대가 가도그만 말아도 그만인 연습무대로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에이지 오브 코난’‘반지의 제왕 온라인’‘워해머 온라인’ 등은 한국 시장을 거치지 않고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곧바로 서비스에 돌입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한국이 아닌 일본과 대만, 홍콩 등지에서 먼저 오픈됐다. 반지의 제왕 온라인은 일본에서 지난해 북미와 별차이 없이 론칭됐고 ‘워해머 온라인’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만, 홍콩, 마카오이 가장 먼저 오픈될 예정이다.

이같은 원인은 한국 시장이 포화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내 업체들간의 신작 경쟁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왠만한 콘텐츠로는 흥행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기타 아시아 지역은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신흥 마켓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글로벌 업체에게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한국을 거치는 간접 방식에서 오는 관리와 비용의 절감 효과를 들어 종주국 한국을 소외시키고 있다.

한국 시장은 이제 ‘필요 조건’이 아니라 ‘선택 사항’으로 전락할 징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텃밭으로 여겨지던 동남아시아시장에 타 국가게임에 밀려 우선 순위에 밀리고 있다는 데도 잘 나타나고 있다.

sdkim@thega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