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야 놀자] 결산 좌담회

[전파야 놀자] 결산 좌담회

 ●전파야 놀자 전파 결산 좌담회 =전파의 대중화, 전파 마인드 확산을 위해

 참석자 : 김창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파연구부장, 백정기 충남대 교수, 윤현보 동국대 명예교수, 조경식 방송통신위원회 전파기획과장, 조영기 한국전자파학회장 <이상 가나다순>

 사회: 전자신문 이은용 정보미디어부 차장

 

 전파는 정보화시대의 주요 국가 자원으로 꼽힌다. 석유나 철강과 달리 한정된 자원이 아니며 우리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그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듣는 TV나 라디오 같은 방송은 물론이고 항공기·선박 운항도 전파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파를 이용한 이동통신·전자태그(RFID)·원격감시 등도 이제는 우리의 생활주변과 밀접해졌다.

 이런 전파의 유용성에도 불구, 아직까지 전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전자신문은 지난 5개월여간 ‘전파야 놀자’ 기획 시리즈를 통해 전파의 대중화, 전파의 다양한 활용도 등을 다뤄왔다. 전파 마인드 확산을 통해 전파의 중요성을 알리고 적극적인 전파 기술 개발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물론 전파가 앞으로도 국가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본지는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우리나라 전파 전문가들과 함께 전파의 대중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했다.

 

 ◇사회(이은용 전자신문 정보미디어부 차장)= 전파 인식 대중화를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일반인은 여전히 ‘전파’가 생소하다. 전파를 다루는 행정가와 관리자들이 ‘비밀’을 다루듯 문을 닫아 건 탓도 있을 것이다. 전파를 국민 생활 가까이에 놓으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윤현보(동국대 명예교수)=지금은 전파 시대다. 하지만 일상에서 전파라는 용어와 실체가 보이지는 않는다. 휴대전화 이용자가 4000만을 넘었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는 데 절대 필요한 것이 전파다. 그러나 전파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그때마다 사회에서 편리하게 쓰이는 용어가 있어서다. 무엇보다 전파가 없다면 안 되는 것들을 먼저 찾아본다면 전파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영기(전자파학회 회장)=전파기술을 통해 우리는 많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전파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낮다. 과학의 대중화와 같이 전파의 대중화를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전문서적이 아니라 전파와 관련한 대중화된 교양서도 많아져야 하고, 일반을 위한 전파 사이언스 등도 일반 영역으로 더 나가야 한다. 우선 전문가들이 더 눈높이를 낮춰 다가가야 할 것이다.

 ◇백정기(충남대 교수)= 전파 대중화를 위해서는 전파가 국가 핵심 인프라라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전파가 매우 중요하다. 전파는 차세대 성장동력이며 국가 주요자원이다. 응용 분야도 아주 많다. u헬스케어, 홈네트웍스, 재난 지역 모니터 등도 전파를 활용한다. 항공기나 선박의 이동도 전파가 없으면 안되고 최근 각광받는 RFID도 전파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김창주(ETRI 전파연구부장)=언론 등을 통해 전파의 기본 원리부터 어떻게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일상에서 활용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영화로도 유명한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당시 북대서양 주변에 빙산이 있다는 것을 모스 부호 등의 통신을 통해 이미 알 수 있었다.

 ◇사회=전파가 활용되는 분야는 매우 많다. 이런 점을 널리 알리는 게 국민 공감대를 얻는 수단이 될 것이다. 일상에 쓰이는 전파 응용분야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보자.

 ◇백정기=전통산업 중 애완견이나 한우의 이력 관리, 목재 건조, 농기계 관리 체계, 농작물 작황 원격탐사 등에도 전파가 활용된다. 원격 해양 자원탐사. 에너지를 외계에서 만들어 전송하는 것도 연구중이다. 우리가 언급하는 것은 전파의 극히 일부분이다. 응용분야가 매우 많다.

 이런 것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젊은 학생들은 물론, 일반 국민에게도 다양한 응용분야 실례를 들어 많이 설명하고 알려줘야 한다. 방송과 통신 이외에도 전파 없이는 안되는 것이 많다. 특히 전파는 국가의 중요 자원이면서 미래사회의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창주=과거 산업사회에서 석유나 철강이 국가 주요 자원이었다면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전파가 중요 자원이다. 지난 2003년 6월 미 부시 대통령이 전파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보고서를 요청했고 미 상무부가 1년 후 관련 계획을 만들기도 했다. 중국 역시 전파를 6대 자원 가운데 하나로 취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파진흥기본계획을 5년마다 세우고 있다.

 ◇사회=정책적으로도 전파 알리기, 전파 진흥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전파대중화를 위한 여러 정책적 변화도 꾀할 때인 것 같은데.

 ◇윤현보=전파는 방송과 통신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래서 국가 편제가 잘못됐다고 본다. 방송통신융합실 안에 전파가 들어있으면 안 된다. 전파가 더 상위의 개념 아닌가. 전파에 대한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전파의 영역은 별도의 조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본다.

 ◇조경식(방송통신위원회 전파기획과장)=전파가 실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역할을 한다. 정부 조직에서도 전파가 눈에 잘 띄지 않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많은 정책을 만들고 다양한 진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전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수록 관련 조직도 더 커질 것이다.

 전파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정부산하기관 개편에서도 전파진흥원은 별도의 조직으로 남았다. 전파가 중요 국가 자원이므로 별도의 기관을 두는 것이다. 정부는 5년마다 전파진흥기본계획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윤현보=우리가 인력만 잘 양성하면 전파 선진국이 되고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지금은 800㎒가 황금 주파수로 표현되지만 우수 인력이 등장해 더 좋은 주파수 대역을 찾아낼 수도 있고 다양한 응용 기술을 만들 수가 있다.

 특히 전파자원 개발비는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자금 활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전파는 나라의 장래를 좌우할 인위적인 자원이다. 이에 대한 배려와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조영기=과거 전파는 유럽에서 자연철학과 함께 모든 지식인이 관여하는 영역에 있었다. 빛이 무엇이냐, 마찰전기가 어떤 것이냐 등이 중요했다. 전파는 이런 철학적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한 영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고민 없이 전파에 대한 접근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전파는 오직 공학의 영역으로 치부된다. 보다 교양 쪽으로 다가서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백정기=전파사용료가 목적에 맞지 않게 쓰이는 것은 문제다. 전파를 통해 번 돈을 전파의 인력양성에도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전파 마인드가 확산돼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연구인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파 공학 쪽으로 대학에 지원도 하자. 전파장비는 대부분 고가다. 반도체 분야는 별도의 사업으로 설계 파운드리, 관련 툴을 제공하고 있다. 전파 분야도 정부지원사업으로 이런 시설을 갖춰주는 것이 좋겠다.

 ◇사회=전파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전파기술이 발전하고 응용 분야가 넓어질수록 ‘빅 브러더’가 출현할 가능성을 높이는 등 역기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윤현보=전파의 순기능만 말할 수는 없다. 산업사회에서 이산화탄소 문제를 간과했듯이 전파의 역기능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파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파악하고, 양쪽 관점을 모두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것이다. 역기능은 최소화하고 순기능은 살리면서 전파자원 부강국이 돼야 한다.

 ◇조경식=전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부는 관련 순기능은 물론, 역기능도 모두 다 검토하고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문제에 대해 동일한 역량을 할애하려고 한다. 공학적인 측면 이외에 사회·문화적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 종합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문제까지 같이 검토할 수 있다.

 ◇백정기=개인정보 유출, 사생활침해 등도 문제일 수 있다. 최근에는 전자여권 등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은 제도적으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결국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활용이 많아지면 감시가 강화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기술적 발전과 함께 관련 제도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 관리체계에 대한 연구도 많아져야 한다.

 ◇사회=전파가 국가 신성장동력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전파가 이끌어가는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조경식=우리나라는 전파를 활용해 IT강국에 합류했고 다양한 신기술로 세계를 놀라게 해왔다. 앞으로도 국가 성장산업으로서 전파는 매우 큰 일을 할 것이다. 정부 정책 역시 이런 전파의 발전 가능성을 지원하고 잘 이끄는 데 집중될 것이다. 기술의 개발과 함께 국제표준의 선도도 중요하다. 물론 다양한 전파 응용기술이 확산되도록 하는 데도 힘쓰겠다.

 ◇김창주=CDMA 이동통신 기술개발로 우리나라는 IT강국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후 와이브로, DMB 등 독자적 기술을 만들고 관련 국제표준을 선도해왔다.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전파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최근 미 FCC가 TV의 화이트스페이스를 비면허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인지무선통신(CR) 기술을 이용해 황금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앞으로 이 대역을 이용한 새로운 무선통신 기술과 서비스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 분야 이외에 전자파를 이용한 인체진단이나 국가 안보, 재난 구조 등에서도 다양한 성장기회가 있을 수 있다.

 정리=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