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이젠 내부 마인드 바꿀 때"

"출연연, 이젠 내부 마인드 바꿀 때"

  “7년 6개월간 떠나 있다 돌아와 보니 고연봉자, 고연령자가 아래보다 더 많은 역삼각형 인력구조로 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뽑아 쓰고 싶어도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 8월 생명공학연구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4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입을 연 박영훈 원장(57)은 “내부를 돌아보니 ‘젊은 피’를 수혈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며 “이에 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취임한지 3개월만에 조직에 손을 댔다. 국가 현안과제의 기술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다.

“자체적인 연구 방향과 함께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연구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밖에 나가보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박 원장은 기관의 경쟁력을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 찾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다져놓은 28개국 103개 해외연구기관과의 협력협정을 기반으로 연구협력을 강화하는 개방형으로 끌고 가자는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식’ 연구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박 원장은 생명연의 강점에 대해 “항체와 줄기세포 분야, 특히 포괄적으로는 바이오 의약연구를 핵심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직개편을 하며 의약팀을 오창 캠퍼스로 보낸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오창은 10년 뒤 의약허브가 될 것입니다. 의약팀을 보낸 이유도 향후 몰릴 관련 기관과 기업에 대한 선점의 의미가 있습니다.”

박 원장은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 부문에도 신경을 바짝 쓰고 있다. “지난 2004년 기술이전 계약금이 10억원도 안됐지만 올해는 1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도성장하고 있습니다. 신약후보 물질의 기술이전이 속도를 내고, 신약 등록까지 이루어질 경우 엄청난 로열티 수입도 기대됩니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와 비슷한 1100억원 규모지만 조직의 다운 사이징 압력이 현재까지는 견딜만하다”는 박 원장은 “기관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새로운 기회는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나름대로의 희망의 메시지도 던졌다.

박 원장은 지난 상반기 논란이 됐던 KAIST와의 통합문제에 대해선 “KAIST와 이야기가 끝났다”고 짧게 말하며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향후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는 한편 통합보다는 상호 협력선에서 문제가 봉합됐음을 의미하는 것. 그러나 정부의 선진화 방안에 따른 출연연구기관의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될 지 현재는 예측불허 상태다.

“기업을 경험해보니 기업의 마인드는 입력 대비 출력 시스템입니다. 출연연구기관도 어느 정도는 이 시스템의 적용이 필요합니다.”

박 원장은 “출연연구기관은 외형적으로는 변했지만 내부 마인드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며 “충분한 성과를 내기 위해 퍼포먼스가 낮은 인력에 대한 개선작업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