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EO들도 고용불안에 노출됐다. 올해 들어 코스닥 상장기업 세 곳 중 한 곳이 대표이사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법인 1035개 가운데 319개의 CEO가 물러났다. 경기 침체에 따른 주가 폭락사태가 이어지면서, 경영권 불안은 더 증폭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조회한 결과, 국내 코스닥 상장법인들은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500건의 대표이사 변경을 공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전체 상장법인 1035개 중 319곳에서 CEO가 교체됐다. 올해 안에 두 차례 이상 CEO가 교체된 기업도 97개사로 이 가운데 2개사는 CEO가 여섯 차례나 바뀐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주가조작에 휘말렸던 신지소프트는 최근 2년 새 12차례나 CEO가 변경됐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도 30억원에 달했다. 씨티엘도 지난해 세 차례를 포함해 아홉 차례나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CEO 변경과 관련해 네 차례 공시를 한 기업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마찬가지다. 디아이세미콘과 삼협글로벌이 네 차례 변경 공시를 내면서 각각 47억원과 46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반면에 사이버패스만이 5억원가량의 누적영업이익을 기록했다. CEO 교체 기업 대부분은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부터 CEO가 세 차례 이상 변경된 회사는 모두 133곳에 달했다. 한계기업으로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기업간 인수 합병이나 우회상장에 따른 CEO 변경도 잦았다. 이트레이드증권도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대주주 변경에 따른 후속조치다. 경제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 주가 폭락에 따른 M&A 모두 코스닥 상장법인 CEO를 낙마시켰다. 최근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 불안이 지속되면서 CEO 낙마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일부 긍정적인 M&A 외에 지나치게 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회사 역시 기업 경영에 독이 된다. 증시전문가들은 코스닥기업 CEO 교체는 증시에서 중요한 투자지표가 된다며 실적과 함께 경영권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2년 사이에 최대주주가 각각 열 네 번 변경된 삼협글로벌과 열 번 바뀐 팍스메듀는 대표이사가 여섯 차례나 교체되며 실적도 좋지 못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실회사일수록 CEO 변경이 잦다”며 “불황 속에 CEO를 바꾸는 것이 새로운 시도로 비칠 수 있지만 너무 자주 바뀌는 코스닥기업은 적자폭이 심화하고 있는 한계 기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를 삼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