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새해 차세대 TFT LCD 기술로 꼽히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방식의 신규 라인 투자를 적극 추진한다. 대규모 투자처인 반도체, LCD업체 대부분이 불황을 이유로 투자를 축소하거나 보류해 후방산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의 투자가 이뤄지면 산업계에 적잖은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대표 권영수)는 새해 총 6000억원 안팎의 신규 투자를 통해 4.5세대(730㎜×920㎜)급 LTPS 신설 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실무 차원에서 이 같은 계획을 수립했으며, 내년 초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종 투자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어 내년 1분기 장비를 발주한 뒤 이르면 3분기 중 양산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LTPS는 현재 TFT LCD 제조기술의 대세인 비정질실리콘(a-Si) 방식에 비해 수율은 떨어지지만, 뛰어난 화질에 슬림화·경량화가 용이한 프리미엄급 LCD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LG디스플레이가 LTPS 신규 투자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 국내 패널 업체들의 LCD 라인 신·증설 투자가 실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장비 등 후방 산업군에는 가뭄의 단비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권영수 사장도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시장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장치 산업의 속성상 매년 2조∼3조원의 설비 투자를 하지 않고는 리더십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새해에도 2조원 안팎의 투자는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새해에는 기존 LCD 라인에 대한 일부 보완 투자만 이뤄질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준의 설비 투자인 셈이다.
LG디스플레이가 LTPS 신설 라인에 적지 않은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비록 내년도 LCD 패널 시황 위축세가 이어지더라도 대신 고부가가치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선행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TPS의 경우 현재 공정 기술 수준으로는 기존 a-Si 기술에 비해 LCD 패널 대형화가 어렵고 생산 비용이 많이 들지만 프리미엄급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고선명의 장점은 물론이고 칩과 구동회로 수를 크게 줄임으로써 패널의 슬림화·경량화가 용이하고 내구성도 뛰어나다. LTPS 기술을 주도해온 일본 히타치·샤프 등은 고가의 TFT LCD 패널을 판매하고 있으며,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도 현재 보유한 LTPS 라인에서 일부 프리미엄 제품을 출하하고 있다.
특히 LTPS 라인은 향후 AM OLED 공정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M OLED 양산 경쟁에서 삼성에 한참 뒤진 상황에서 ‘빠른 추격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 측은 “LTPS 라인 신설 투자 계획을 수립했지만 아직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특히 내년 불투명한 경영 환경을 감안할때 이 같은 투자 방침에 대해 (이사회 통과 여부를) 확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