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중소벤처기업들에 공공 시장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천혜의 보고’다. 특히 공공 부문과 한 번 계약을 하게 되면 제품의 안정성이 인정돼 다른 기관으로의 진입이 쉬워진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예산 편성 시기, 프로젝트 규모, 담당 공무원의 실무적인 특성, 납품되는 기관의 정보를 알지 못하면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IT 중소기업들이 산고 끝에 만들어낸 제품을 공공 부문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방안을 현직 공무원인 이경만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유통과장을 통해 알아봤다. 이 과장은 “지방자치단체 및 중앙부처에서 17여년간 근무하고 있어 공무원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 편성 시기를 파악하라=정부 예산은 1년 단위로 편성, 집행되기 때문에 신규로 사업을 제안하게 되면 최소 3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지자체별로 예산 편성 시기가 다르다. 중앙정부는 4∼5월, 지자체는 8월 이후에 구체적인 예산 편성을 하게 된다. 따라서 시기를 놓쳐 사업 제안을 하면 기본적으로 다음해에 검토되기 때문에 예산 집행은 2년 뒤에나 가능하다.
◇수억원 규모는 ‘그림의 떡’=사업규모가 수억원 이상 되는 프로젝트는 결국 대기업이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정한 예산을 벗어나는 사업은 경쟁 입찰을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사업자로 선정되기 어렵다는 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너무 큰 사업을 제안하는 것은 중소기업이 구체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론 대기업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핵심기술이 응용된 사업이라면 모르나 이런 경우는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최초 사업임을 강조하라=공무원은 이왕이면 세계 최초나 전국 최초로 사업을 하고 싶어한다. 곧 승진을 해야 하는 실무자는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 전국적으로 벤치마킹이 오게 되고 개인의 주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무원들은 위험요소가 있는 사업은 꺼리기 때문에 다른 기관에서 도입하고 있는 사업임을 강조하는 것이 계약 성사의 열쇠라고 이 과장은 제안했다. 공무원들은 대체로 위험부담을 안고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무자와 접촉하라=마지막으로 국·과장 이상 상사를 접촉하지 말고 먼저 실무공무원을 접촉하라고 주문했다. 사업을 되게 하는 것도 어렵지만 괜히 실무자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될 일도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공무원 업무는 최소 1.6년에서 2.5년이면 자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신규 사업을 제안하기에 앞서 실무자의 전보 대상 여부를 먼저 살펴야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