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로금리 시대‥한국은행의 선택은?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전격적으로 제로금리를 선언하면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얼마까지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현재 3.0%인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2.0%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의 지나친 인하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억제하고 달러 유출을 부추길 수 있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1%에서 0∼0.25%로 대폭 낮췄다. 당초 0.5%포인트(P) 인하를 전망했던 시장의 기대를 초월하면서 ‘제로금리’를 선언한 것이다. 미 연준이 이 같은 파격적인 결정을 한 배경은 최근 미국경제가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부양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적극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일단 미국의 제로금리가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모기지 금리 하락과 각국의 정책 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제로금리로 회사채와 모기지 금리 인하까지 반영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본격화될 경우 신용경색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으로서도 제로금리로 갈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타 국가 중앙은행도 미국을 따라 금리 인하 국제공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지속적인 금리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은 “미국이 사실상 제로금리까지 내렸고, 다른 나라들도 1∼2%대의 저금리 기조로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금통위에서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추가 인하를 고려해야 하며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인 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수준까지 인하 가능성 높아=만약 한은이 추가 금리를 인하한다면 마지노선은 2.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는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동성 함정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회사채, 대출,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의 금리가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한은은 유동성함정 수준에 해당하는 금리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2%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은은 현재의 3.0%에서 추가로 1.0%P 정도 추가로 내릴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준금리의 지나친 인하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억제하고 달러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은이 앞으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는 기축통화여서 금리가 제로수준까지 떨어져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금리가 지나치게 낮으면 당장 외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이경민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