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의 메카 `G밸리`]`G밸리 중소벤처기업의 2008년` CEO 좌담회

[IT기업의 메카 `G밸리`]`G밸리 중소벤처기업의 2008년` CEO 좌담회

 ●G밸리 기업 CEO 2008년 좌담회 ‘G밸리 중소벤처기업의 2008년’

참석자 : 김미경 이오에스아이 사장, 신기청 프론텍시스템 사장, 주영흠 잉카인터넷 사장, 최백수 메모렛월드 사장

<이상 가나다 순>

사회 : 신화수 전자신문 부국장(신성장산업부장)

일시 : 12월 12일 오전 10시

장소 : 한국산업단지공단 본부 이노카페

G밸리는 구로·금천·가산의 영어 머리글자인 ‘G’와 실리콘밸리의 ‘밸리’를 따서 만든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별명이다. 본지는 고부가가치 첨단산업과 정보지식형산업을 가진 벤처밸리로 탈바꿈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입주기업의 살아있는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난 4월 3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G밸리’면을 기획, 보도해왔다. 올해를 마감하는 의미에서 G밸리 입주 벤처기업들이 한 해 동안의 소회와 고충,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힘겨울 것이 예상되는 새해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들어봤다. 이에 인쇄회로기판(PCB) 설계 조립업체인 이오에스아이, 통장프린터기 유통업체 프론텍시스템, PC보안 솔루션업체 잉카인터넷, USB 전문 제조업체 메모렛월드 등 4개사 대표들이 지난 12일 한국산업단지공단 본사 3층의 회의실에 모였다.

  

◇사회(신화수 전자신문 부국장)=G밸리 기업들의 얘기는 곧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얘기라고 본다. 올해 사업과 경영이 어떠했는지 듣고 싶다.

◇주영흠(잉카인터넷 사장)=구로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협력업체들도 많이 들어오고 대기업들이 하나둘 입주하면서 그렇게 됐다. 우리는 정보보호 소프트웨어 업체다. 환율이 상승해서 국내에선 적자지만 해외에서 소득을 올린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내실 있게 사업을 진행했다고 본다. 최근 모 은행이 주최한 조찬모임에 참석했다. 내년과 내후년은 성장보다 생존이 관건이라고 하던데 동감한다.

◇최백수(메모렛월드 사장)=용산 선인상가에 매장이 있고 용산 원효로에 사무실이 있다. 온라인 판매가 늘면서 용산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에 구로에 사무실을 냈다. 구로가 사무환경이 쾌적하다.국내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USB 메모리를 생산한다. 2002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국내 USB 메모리 시장의 25%를 점유한다. 샌디스크 등이 플래시카드로 국내시장에 진입하려는 것을 우리가 막았다고 자부한다. 온라인서만 월 매출 13∼15억원을 거두고 있다. 온라인 매출비중이 35% 정도 된다. 온라인 배송이 가능한 배송시스템을 갖췄다. 낸드플래시는 세계 톱5 브랜드 제품을 다 이용하는데 특히 삼성과 마이크론 제품을 많이 쓴다. 유가와 환율이 상승했지만 낸드플래시는 국제 시세라 같이 오른다. 환율이 올라도 큰 지장은 없다.

◇김미경(이오에스아이 사장)=인쇄회로기판 만드는 회사다. 구로에 CAD 사업부, 인천에 인쇄회로기판(PCB) 사업부 등이 있다. 설계도 하고 PCB 공장에서 생산도 한다. 1997년 사업을 시작해 2004년 PCB 공장을 인수하고 증축했다. 2005년에 구로에 왔다. 직원수가 200명이 넘고 거래처는 400개에 이른다. 내수가 70%를 차지한다. 매출은 2006년 22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엔 좀 부진했지만 올해엔 27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지금 PCB 시장이 매우 어렵다. 양산에서 중국시장에 밀리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처럼 설계·제작·SMP를 모두 하는 기업은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리지드-플렉서블 PCB와 같이 우주항공 분야용 고부가가치 제품 등을 개발한다. 11월말부터 수주가 목표 대비 70% 정도밖에 안된다. 업체들이 정확한 수요계획을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신기철(프론텍시스템 사장)=2003년 설립해 통장프린터, 스캐너, PC 등을 유통해왔다. 주 고객사는 금융권이다. 통장프린터의 한글화 작업도 했다. 2년 전부터 하드웨어 유지보수 사업도 시작했다. 내년엔 사업하기 정말 어려울 것 같다. 고객들이 예산을 축소했다. 해마다 매출을 30억원 이상 거뒀는데, 하반기부터 갑자기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자금 회전이 어려워졌다.

◇주영흠=우리 회사는 일본 쪽 자금을 많이 받았다. 과거에 20억원 정도 전환사채(CB)를 받은 게 있었는데 올초 10억원을 상환했다. 일본도 기업들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사가 새해 2월까지 무조건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최백수=우리는 USB 메모리 업체다. 유통과 제조를 같이 하고 있어 현장 정보를 빨리 아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매출에 연연하지 않고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쏟고 있다. 하반기부터 매출이 줄긴 했다.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을 쓰고 있지만 외부 자금 의존도를 5% 미만으로 잡았다. 대학·기업·단체 등 다양한 거래처가 자산이다. 현금결제만을 고수한다. 그 대신 납기와 품질을 고객의 요구에 정확히 맞추는 데 힘쓴다.

◇신기철=창업 초기에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제일 뛰어들기 쉬운 유통을 했다. 삼성, LG, HP, 올리베티 등과 거래한다. 큰 리스크는 없는데 뭔가 부족한 게 느껴진다. 독자적인 아이템을 찾고 있는데 이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와 자금 유치가 어렵더라.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 점이 정말 어려울 것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지원제도가 있긴 하지만 사업이 너무 바빠 잘 이용하지 못한다. 주로 주변의 선배 등에게 조언을 얻고 있다.

◇김미경=영업이 잘 되면 자금이 잘 따라오지만 영업이 잘 안되면 문제가 된다. 지난 6월 공장 라인을 확장하면서 자금을 많이 끌어 썼다. 그런데 금리가 뛰면서 고객사가 파산하거나 결제가 안되거나 해 현금이 잘 돌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은 자꾸 나오는데 은행에서 지원을 받긴 어렵다. 이 문제는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주영흠=앞으로 2∼3년은 기업들이 정말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정부의 재정이 집행되더라도 당장 효과를 내기 힘들다. 내후년까지 힘겹게 버틸 생각을 해야할 상황이다. 기업하지 말걸 하며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투자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 공개도 생각하는가.

◇주영흠=내가 아는 기업체 사장들의 80%가 검찰에 끌려갈 상황이다. 상장폐지된 기업의 사장들은 횡령 아닌 횡령을 하게 된다. 벤처기업들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벤처기업협회장만 되면 구속되더라. 인수합병이 되면 원금 회수가 가능한데 우리나라엔 그런 시장이 안 열려 있다. 지금 생각은 기업공개(IPO)를 안하는 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다.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이어서 개미투자자들이 많다. 큰 비전이 없는 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작은 데다 급하게 해외시장에 진출하다 보니 어려움이 더 크다.

◇김미경=주변에서 증시상장을 권한다. 하하지만 제조 분야는 투자자들의 관심 종목이 아니어서 IPO가 어렵다고 본다.

◇주영흠=정부가 벤처에 투자하라고 자꾸 얘기하지만 투자자들은 원금을 빨리 회수하려고 갖은 방법을 모색한다. 벤처가 크기도 전에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벤처기업의 자산이 인력이다. 올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은 없었나. G밸리에 오면서 기업문화에 변화는 없나

◇주영흠=장사와 사업은 다르다. 장사는 개인 실리를 추구하지만, 사업은 공동체다. 우리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많이 모여 있어 즐겁게 일할 분위기를 만드는 데 신경 쓴다. 우리 업계는 대형 인터넷 포털들을 많이 욕한다. 업계의 전문인력을 다 끌어간다. 신입인력을 뽑아 교육을 시키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경력자를 뽑아가 생태계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키워놓으면 고액연봉을 주고 데려가 버린다. 사회적으로 공헌할 생각은 안하고 너무 이기적이다.

◇김미경=우리 회사 인력구조가 항아리구조다. 생산 인력들이 2교대를 해야 하고 한달에 한번 쉬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직원들이 얼마 못 버티고 그만 둔다. 그래서 직원들이 생산이나 판매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준다. 2교대 근무를 3교대로 바꾸면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인건비 때문에 쉽지 않다. 대기업은 3교대를 하지만 중소기업은 2교대로 끌어가는 실정이다. 전철역이 가깝고 IT가 밀집돼 있어 구로에 왔는데 인건비가 경기 지역보다 비싸고 경력자가 안양이나 군포에 몰려 있어 이쪽으로 오라고 하면 숙식 공간이나 이사 비용 때문에 꺼리는 게 문제다.

◇주영흠=2002년엔 IT기업이 구로에 있으니까 외부에서 별로 안좋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테헤란밸리에 있던 IT기업들이 구로로 많이 옮겨온다.

◇최백수=최근 6개월 사이에 15명을 채용했다. 구로에 와서 인원채용이 더 활발하다. 직원수가 50명 정도인데 새해엔 70∼80명선에 이를 것 같다. 우리 회사는 임원과 간부 및 직원들이 모두 파트너 관계다. 바쁠 땐 사장도 박스 접고 포장 작업도 한다. 상하구분이 없는 편이라서 그런지 직원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주영흠=집합적인 공간이다보니 직원들이 다른 기업과 비교하기 시작하더라. 복지 혜택 등이 특히 그렇다. 적은 자원으로 직원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사택도 운영한다. 직원수는 160명 정도 된다. 직원수 100명이 넘으니 관리 시스템이 중요하게 대두됐다. 컨설팅도 받았는데 쉽지 않다.

◇최백수=일류대 출신 컨설턴트를 직원으로 영입했다. 내년부터 해외시장을 개척할 것이다. 매출 목표를 높게 잡았다. USB 등 저장장치 시장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한다. 우리는 64GB USB 메모리를 개발했다. 일단 해보자는 정신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려 한다.

◇신기철=해외 시장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주 사업은 내수 시장에서 발생한다. 일단 내수를 안정화 시켜 놓고 해외시장을 두드릴 생각이다.

◇사회=내년엔 뭐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나.

◇주영흠=올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굉장히 많이 발생했다. 정부도 내년에는 정보보호 쪽에 많이 투자한다고 한다. 유지보수 비용의 비율을 23%로 올려준다고 해 기대하고 있다. 정보보안 분야는 잘 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크게 야단맞는다. 하지만 지속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민간 분야는 좀 줄고 공공은 좀 늘 것으로 본다.

◇최백수=올해는 무탈하게 마감할 것 같긴 하다. 다만, 개성공단에 진출하려고 했는데 대북관계가 경색돼 아쉽다. 개성공단에 가려고 하는 기업들 많으리라고 본다. 새해엔 대북관계가 개선돼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에 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으면 한다. 내년 매출을 1000억원으로 잡았다. 디자인, 캐릭터 USB 분야로도 진출할 생각이다. 인건비가 가장 고민이다. 미국 MTV의 스폰지밥 캐릭터를 쓰기로 계약해 새해에 제품을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

◇주영흠=맞다. 북한의 IT인력들이 고급인력이면서 인건비는 중국의 3분의 1이어서 많은 IT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김미경=우리도 CAD·CAM 쪽 인력 수급을 위해 개성공단에 입주해볼까 생각했었다. 필리핀도 생각했으나 언어장벽이 크다. 우리 회사는 올해 어려운 외부 여건들을 다행히도 잘 피해갔다. 새해엔 영업을 대폭 강화하고 해외 고객도 다양화할 생각이다. 지금 해외 매출이 30% 정도에 불과하다.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내실을 기할 생각이다.

◇신기철=한국컴퓨터와 연계해 지능형 창구 단말기를 공동개발중이다. 금융권쪽에서 사업을 더 확장할 생각이다.

◇사회=한국산업단지공단에 바라는 점은?

◇신기철=한국산업단지공단에는 시설이 많이 부족하다. 워크숍 등을 진행할 공간이 전혀 없어 작은 행사라도 하려면 건물 내 식당에서 한다.

◇김미경=외부 장소를 빌리고 싶을 때 공단 안에 마땅한 곳이 없다. 직원들과 회식이라도 하려면 단지 밖으로 나가야 한다.

(주석: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구조고도화 계획이 마련됐지만 1조7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해 난항을 겪고 있다. 구조고도화계획에는 이런 교통문제 해결책도 포함돼 있지만 마련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진행이 안되고 있다)

◇김미경=지금도 교통난에 시달린다. 직원들이 교통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야단이다. 여기서 가까운 가리봉동까지 막혔다 하면 30분 이상 걸릴 정도다.

◇주영흠=기반시설이 부족한 게 가장 문제다.

◇사회=새해엔 어땠으면 좋겠는가. 이것만은 꼭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일은 있는가.

◇신기철=지금 경기가 무척 안 좋다. 하이엔드 빌딩 180개 입주기업들의 모임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 기업들은 입주할 때 지원받은 서울시 정책자금을 상환할 것이 걱정돼 새해 사업계획을 소극적으로 잡을 정도다. 자금지원책이 다양하게 나와줬으면 한다.

◇김미경=올해만 같았으면 좋겠다.

◇최백수=올해 환율이 올라 수출을 했으면 상당히 돈을 벌었을 것이다. 새해엔 해외 시장 개척에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월 70만개에 이르는 국내 USB 시장중 20만개가 우리회사 제품이다. 국내 1등인데도 이렇게 어렵다. 해외시장에서 한번 계약이 되면 한번에 50만개 정도는 기본으로 나간다. 그러나 계약이 되더라도 생산량을 증대해야 하는데 가장 큰 문제가 인력난이다.

◇주영흠=6월에 중국 시안에 보안센터를 설치했다. 중국에서 보안 공격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인건비도 저렴하면서 실력도 좋다. 내년엔 중국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려고 한다.

◇사회=오늘 귀한 시간을 내 좌담회에 참석해 주어 감사하다. G밸리가 실리콘밸리를 넘어 ‘위대하고(Great), 훌륭한(Gorgeous)’ 벤처기업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입주기업들에게 전자신문이 늘 함께하겠다.

정리=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