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본 기업인에게 위기 상황을 맞아 모든 것을 줄이되 연구개발(R&D)만은 줄이지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송재희 중소기업청 차장이 지난 16일 저녁 한 행사장에서 던진 말이다. 비록 한 기업인에게 들은 말을 소개한 것이지만 기자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금융위기발 실물경제 침체가 한일 간 기술격차 확대의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송 차장도 사석에서 “쇠퇴기에 투자해야 앞서간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최근 각종 보고서와 발표 등에서 불황기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기가 기회다’는 식상한 문구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기업의 노력 여하에 따라 후발주자가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고 또 선두기업이 시장 장악력을 확고히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닷컴 버블기 선두 IT업계 40%의 순위가 바뀌었다는 조사 결과는 이를 잘 설명한다.
최근 우리 기업인들을 만나면 위기를 기회로 넘겠다는 의지가 보이질 않는다. 모 벤처인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조용히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 한 대기업 임원은 “새해에는 ‘참자’ ‘견디자’는 말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7일 발표한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의 올해 히트상품 리스트를 보면 IT가 빛난 제품이 다수다. 주목되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기보다는 기존 제품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고객에게 크게 어필했다.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기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남들이 안할 때 내가 조금만 더 하면 튈 수 있다’는 상식을 잘 활용하자는 것이다.
‘새해 히트상품 리스트에 귀사 신상품을 올리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투자 계획을 짜세요. 새해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김준배기자<경제교육부>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