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통합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교과부 1급 고위공무원 일괄사퇴로 촉발한 교과부 쇄신론에 따라 ‘개혁 시범케이스’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사실상 업무공백상태에 빠졌다. 교과부 공무원들은 때아닌 이념논쟁과 개혁대상 논쟁으로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로 지목됐다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14∼15일 1급 고위공무원 일괄 사퇴서를 받은 것에 대해, 다른 부처보다 앞서 받은 것에 대해 이해 못하는 표정이었다.
교과부 고위관계자는 “내년도 교육계와 과학기술계에서 사용할 예산을 빨리 배분해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정치적으로 끌려가고 있다”면서, “마치 시범케이스로 교과부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과부 모 국장은 “청와대와 정치권으로부터 ‘개혁대상’으로 꼽힌 것이 이해가 안된다”면서,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단기간 정책 변경보다는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가는 장기적 정책이 중요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국장은 “교과부 내에 ‘장학사’라는 직함이 존재하지 않는데 모 국(局) 장학사 5명 중 3명이 전교조라는 말이 청와대 측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교과부 국장들을 마치 좌파성향 인사로 취급한다”며 불쾌해했다.
교과부는 제1차관과 1급 고위공무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면서, 코 앞에 닥친 대통령 업무보고와 외국 과학기술기관과의 협정 및 후속 업무에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 출장 이후 남미국가, 러시아, 중국 등과 체결한 과학기술 관련 협정 추진업무가 미뤄지는 상황이다. 또 내년 1월 첫주로 예정된 교과부 업무보고와 이를 위한 실행계획 수립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업무를 총괄하는 차관과 1급 실장이 없는 상황에서 새해 업무계획을 수립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을 담당하던 김영식 국립중앙과학관장, 이상목 과학기술정책실장, 박종용 인재정책실장도 때아닌 이념논쟁의 희생양이 됐다. 이들은 과기부가 해체되면서 통합된 교과부에서 과학기술 부문을 담당해왔으나, 1급이라는 이유로 일괄사표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과학기술부문을 총괄하는 박종구 제2차관이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19일 정권교체 1주년을 앞두고 공직자 기강 잡기 대상보다는 녹색성장의 기초기술을 연구하는 과학기술 부문의 사기진작책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이념과 코드 논쟁으로 과학기술계가 또 흔들리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상룡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