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도의 악몽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세종서적 펴냄.
지구의 온도가 6도 높아지는 것과 ‘악몽’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환절기의 경우 아침과 한낮의 온도 차이는 15도씩이나 오르내린다. 어제보다 오늘의 기온이 섭씨 6도 높아진다면 두꺼운 외투를 집에 두고 나오면 그만이다.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우리나라에선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30도 이상 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우리에게 6도의 차이는 그다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작은 온도차일 뿐이다.
환경운동가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마크 라이너스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온차이는 매일의 날씨 변화일 뿐 지구 평균기온이 6도 올라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는 설명이다.
마지막 빙하기였던 1만8000년 전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6도가 낮았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대부분은 얼음에 덮여 있었다. 지금의 뉴욕은 두꺼운 얼음판 밑에 묻혀 있었다. 그 얼음판의 두께는 무려 1마일이 넘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지구의 기온이 6도 상승하는 과정에서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면 앞으로 다시 6도가 더 상승할 경우 어떤 변화가 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맞는 답은 ‘재앙’이다.
저자는 지구 곳곳의 온난화 현장을 취재해 사실에 입각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냈고, 그 괴기소설 같은 시나리오를 이 책으로 묶었다.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남태평양의 투발루와, 황사와 사막화로 보금자리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는 중국의 한 마을, 영구동토가 녹아 길과 집이 무너지고 있는 알래스카 등을 답사한 후 지독한 현실에 무감각한 인간들에 경종을 울릴 목적으로 이 책을 썼다.
책은 뜬구름 잡기 식의 먼 미래를 묘사한 것이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세세한 변화를 토대로 곧 있을 재앙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6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현재보다 1도씩 추가로 상승할 때마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도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 책은 읽고 느끼기만 해서는 안 되며, 느낀 점을 반드시 설천으로 옮겨야만 지구의 종말을 막을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만5000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