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강국인 일본 회사가 한국업체에서 기술개발 해답을 찾고 있다. 제품에 쓸 핵심 기술을 라이선싱하거나 개발 방향을 지도받는가 하면 생산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전자부품에 관한 한 일본은 자타 공인 세계 ‘넘버원’이다. 이런 일본 회사들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우리 업체의 기술 경쟁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몰라보게 강해졌음을 방증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믈멀티미디어·비에스이·에스피지 등은 일본 회사에 기술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팹리스기업 다믈멀티미디어(대표 정연홍)는 지난 1999년부터 일본 산요전기에 오디오칩 설계기술을 라이선싱하고 매년 로열티를 받는다. 지난해 연간 69만달러의 러닝로열티를 벌어들였다. 올해도 3분기까지 32만달러를 획득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설계자산(IP) 4∼5건을 제공했다. 산요의 선전여부에 따라 로열티 액수가 달라진다. 산요는 다믈멀티미디어가 갖고 있는 저전력 기술과 관련해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권 다믈멀티미디어 상무는 “산요를 직접 찾아가 IP를 팔았다”면서 “지금까지 총수익은 70억∼80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휴대폰용 마이크 1위 회사인 비에스이(대표 박진수)는 아날로그에 이어 올해부터 디지털 마이크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글로벌 휴대폰업체, 유럽 반도체회사와 손을 잡고 지난해 디지털 마이크를 공동 개발했으며 관련 노하우를 산요에 전수 중이다. 디지털 마이크에 들어갈 칩을 개발하면서 산요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방향을 지시한다. 초소형 마이크 기술로는 일본 회사도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을 갖추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형 기어드 모터회사인 에스피지(대표 이준호)는 1991년 창업 당시 일본에서 선진 기술을 익힌 것을 발판으로 연 매출을 800억원까지 키웠다. 이제는 거꾸로 일본 회사들이 에스피지의 기술을 탐낸다. 소형 기어드 모터를 일본에서 처음 배웠지만 독일·스위스의 생산기술력을 절묘하게 접목해 노하우가 뛰어난 덕분이다. 여영길 에스피지 상무는 “일본 회사에서 모터 가공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해 에스피지의 공장을 다녀간 적이 있다”면서 “가전용 제품은 기술 수준이 낮지만 산업용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에스피지 제품의 경쟁력이 일본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으면서 대일본 수출은 지난해 40억원에서 올해는 100억원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