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키아의 위기 관리

 “비행기가 갑자기 충돌해 공장이 전파됐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난 2000년 국내의 한 휴대폰 OEM 업체는 ‘황당한’ 질문서를 받았다. 바로 노키아의 협력업체 등록을 위한 심사 과정에서였다. 당시 노키아는 생산 설비가 전파됐을 경우 얼마나 빨리 자신들의 오더를 재개할 수 있는지, 또 그 세부적인 ‘작전계획’은 세워져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했다. 이 업체의 CEO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한 달 내에 공급을 재개하는 시나리오를 제출, 노키아의 허가를 얻을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노키아의 이런 요구가 심사과정에서 받은 수백개의 질문 중 한 가지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 업체의 CEO는 2001년 9·11 테러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노키아의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고 말했다.

 2000년 당시 노키아의 전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이었다. 이후 노키아는 공통 플랫폼 기반의 저가 휴대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시장 점유율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는 노키아의 이면에는 철저한 위기 관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시선을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돌려보자. 새해 세계 휴대폰 시장은 실물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위기 상황이다. 글로벌 휴대폰 빅3 업체로 자리 잡고 있는 이들의 위기 관리 능력은 얼마나 될까. 선진 시장의 급격한 위축과 경쟁 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또 신흥 시장 진출 확대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삼성과 LG의 작전계획은 얼마나 철저한가.

 물론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과 LG가 새해 위기 상황을 현명하게 넘지 못할 경우 노키아는 더욱 넘기 힘든 장벽이 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명제는 철저히 대비하는 사람에게만 유효하다.

  양종석기자<생활산업부>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