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역수지는 1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수출이 4400억달러(이하 무역협회 전망)로 작년보다 18.4% 증가했음에도 수입이 무려 25.3% 늘어난 4469억달러를 기록하며 적자를 나타냈다. 한때 145달러대까지 육박한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 급등이 주요인이다. 원유도입단가는 지난해 69.4달러에서 올해 103.0달러(예상치)로 두 배 가까운 48.4% 폭등했다. 원부자재를 수입해 가공하는 우리 산업구조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무역수지 적자와 함께 대일 무역 역조 규모가 300억달러를 돌파할 것도 안타까운 소식이다. 지난해 29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대일역조는 올해 들어 11월 20일까지 303억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중간재를 중심으로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아 우리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대일 중간재 수입도 함께 늘어난 결과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율과 대일 수입증가율 상관계수는 무려 0.893에 이른다.
한국 IT수출의 상징이었던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의 급감도 빼놓을 수 없다. 10월까지 반도체 수출은 9.8% 줄었고, 컴퓨터는 더욱 심해 15.3%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2000년 전체 수출품목 가운데 규모로 1·2위를 기록했던 반도체와 컴퓨터는 올해 5위와 10위로 내려앉았다.
비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처음 수출 4000만달러를 돌파했다. 1964년 연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44년간 4000배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수출 4000억달러 달성 속도는 세계 수출 10강 가운데 중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빨랐다. 개도국과 자원부국에 대한 수출 확대도 우리 수출 전망에 청신호로 보인다. 10월까지 개도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하며 올해 처음으로 개도국 수출 비중이 선진국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1987년 선진국 수출 비중이 개도국의 4배에 달했다는 것을 보면 큰 변화다.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투자 여력이 확대된 자원부국으로의 수출 역시 10월까지 28.3% 늘었다. 자원부국 수출 비중은 2003년 34.3%에서 올해 42.4%로 8%포인트 상향됐다.
이희범 무역협회장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수출성장률이 떨어지고 수출 여건 또한 악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수출은 10월까지 2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며 변치 않는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해 수출 전망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그리 밝지는 않다. 그러나 무역수지는 다시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수출 증가율은 감소하겠지만 유가 급락 등으로 수입 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협회는 새해 무역수지 흑자규모를 32억달러로 내다봤다.
한편, 정부 수출진흥기관인 KOTRA는 전문가들의 수출증가율 급감 예상과 달리 새해 5000억달러 수출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당초 새해 4900억달러 수출실적을 내다본 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가적 수출붐 조성, 글로벌 틈새시장 발굴,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등에 나설 경우 수출 5000억달러 달성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조환익 KOTRA 사장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 제품이 비교우위를 점하는 ‘역 샌드위치’ 기회가 온다”며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리 수출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