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결산](1)미국발 금융위기에 한국경제 `몸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야심차게 출범했던 2008년이 저물고 있다. 그러나 품었던 기대와 달리 경제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더욱 심화되며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를 넘어서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전 세계 실물경기 악화는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나라에는 충격파가 더 컸다. 과학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이 탄생하고 정부 부처 개편으로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되는 등 이슈거리가 많았던 한 해였다.

 <경제·금융분야>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한 2008년. 그러나 상황은 우리가 기대한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 값은 가정과 기업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졌고 소비위축을 불러왔다. 게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10달러 이상 오르는 유가는 그야말로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에 불을 질렀다. 결국 하반기 미국 투자회사인 리먼 브러더스 파산은 그로기 상태에 있던 한국경제에 결정타를 날렸다. 외화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금융권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가뜩이나 소비위축으로 힘든 기업들은 ‘돈맥경화’에 시달렸다.

 ◇고환율·고유가 충격=대통령 취임과 함께 상승 조짐을 보였던 환율은 경제위기의 신호탄이었다. 지난해 말 900원 선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더니 급등을 거듭해 1500 선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았다. 원화는 타국 통화가 달러화에 강세를 보이던 시점에도 약세를 거듭하는 등 유독 허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고환율은 예기치 못한 사태를 불러왔다. 지난해 말 환율이 낮았던 시점에 환헤지를 위해 환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기업은 오히려 환율이 치솟자 피해액이 천정부지로 급증했다. 피해기업들이 은행권과 전면적인 법적 분쟁에 나서는 한편 정부에도 대책을 촉구하는 등 고환율에 따른 여파는 예상 외로 컸다. 여기에다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은 유가는 경제상황 악화를 부채질했다.

 정부는 결국 고환율과 고유가로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자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화 폭격을 가했다. 그러나 융단폭격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외환보유고만 축내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폭발=상반기 고환율과 고유가 환경은 9월 미국발 금융위기의 전초전에 불과했다.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실체를 드러낸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동차 빅3의 경영난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결국 한국 경제도 국내외 자금시장에 몰아친 한파가 기세를 부리면서 금융기관과 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는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했고 외국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한국을 떠나면서 달러수요가 급증, 환율이 폭등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코스피지수는 10월 24일 연중 최저치인 938.75포인트를 기록하며 1000포인트 선이 붕괴됐고 코스닥도 10월 27일 261.19포인트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불안 심리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펀더멘털이 튼튼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장담도 은행권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금융권 부실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했다.

 ◇대책 마련 부산=미국발 금융위기로 은행권이 외화유동성에 문제를 빚자 정부는 은행 외화 대출에 대해 1000억달러까지 지급 보증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아야만 했다. 은행권의 부실을 또다시 국민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이 조치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외화공급난은 가시지 않았으며 위기감은 높아만 졌다. 결국 정부는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이후에는 일본·중국과도 통화스와프 확대 협정을 맺는 등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했다. 이렇게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 9월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했거나 지원할 금액은 130조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자금흐름의 선순환을 유도하고 기업·가계의 금리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의 금리 하향안정 노력도 이어졌다. 그 결과 8월에 5.25%였던 기준금리를 4개월 만에 2.25%포인트 인하했으며 1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1%포인트 인하하는 등 시장금리 안정 여건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또 중소기업 대출 및 수출기업 지원 확대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신기보 등 국책 금융기관에 대한 대규모 신규 출자가 단행됐다.

 이러한 전방위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내년 초부터는 숨통이 다소 트일 수 있겠지만 경기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어 당분간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